[ngo리포트 새 삶 일구는 아시아] 아프가니스탄 – (하) 난민촌 어린이

[부산일보 2005-09-10 11:21]

현대전으로 올수록,전쟁에서 군인보다 민간인 사망자수가 압도적 으로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쟁은 구 체적인 죽음과 고통보다는,늘 부상자 몇 명,사망자 몇 명 하는 식 의 숫자로 존재한다.

그 덕분에 그토록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많 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도 우리들은 쉽게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 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을 방문하기 위해 파키스탄 라호르 공 항으로 들어서던 나에게 다가온 것은 기대와 불안감이었다.

처음 찾은 무슬림의 나라. 앞으로 방문할 난민촌에서 만날 사람들로 설 레는 가슴 한편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불안함이 함께 하고 있 었다.

내가 처음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만난 것은 난민촌에서 찍은 어린이들의 사진을 통해서였다.

오랜 전쟁이 아프간 전역을 할퀴 고 지나갔음에도 그토록 맑은 눈동자와 환한 미소를 간직한 아프 간 어린이들의 모습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사진 속에서 만났던 아프간 아이들을 직접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난민촌 생활 이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앗아가진 않았을까? 다음날 찾아간 첩첩산중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은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황량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하얀 천 막들만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어둡고 우울할 것이라는 걱정과는 달리 사진 속에서 만났던,미소를 간직한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내 게 다가왔고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 지원 으로 새로 지은 아이들의 학교를 둘러보는 사이 한 여자아이가 다 가왔다.

한쪽 눈은 실명했고,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던 그 아이 는 난민촌 한편에 핀 작은 꽃 한 송이를 꺾어 내게 건넸다.

호기 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는 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주위를 서성거렸고,숙소로 돌아온 그날 밤도 그 아이의 모 습이 떠나지를 않았다.

전쟁의 깊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고 ,아프간 어린이들의 앞날도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난민촌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아프간 사람들의 마음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줄 순 없을까? 지난 3년간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난민촌의 아이들 학교 를 지원했고,그 사이 난민촌에 살던 350만 명의 난민들이 고향으 로 돌아갔다.

나는 내게 꽃을 꺾어 건네주던 그 소녀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란 그녀를 언젠 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설사 다시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어디에선가 그녀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는 희 망을 갖고 싶다.

그 때 그곳에서 그 아이가 내게 건네주었던 것은 그냥 꽃이 아니라 인간의 따사로운 온기 그리고 희망이었다.

모 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서 다시 삶을 시작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사 람들뿐 아니라 지구촌 그 어디에서도 전쟁의 고통과 아픔을 겪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정수·아시아평화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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