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리포트 새삶 일구는 아시아] 아프가니스탄 – (상) 난민들의 귀환

* 부산일보 2005년 9월 3일

카펫 짜며 자활의지 다져
배고픔 해결·문맹 퇴치 난제 전쟁 경험한 한국이 나서야

2003년 처음 찾은 카불은 스산하지 않았다. 그건 아침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카불은 23년간 계속된 내전에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융단 폭격까지 겹쳐 온전한 건물보다 부숴지고 조각난 건물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그 박살난 건물 안에 둥지를 틀고,종종거리며 빨래를 널고 있는 아낙의 모습이 들어왔다. 질긴 생명력이 폐허 속에서 솟아나는 잡초보다 더 강하게 살아있음을 나는 보았다. 그래서 카불은 스산하지 않았다.

올 봄 네 번째 만난 아프간 사람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가장 가난한 바미얀(Mamyan) 주의 톱치(Topchi) 마을 재건 프로그램을 지원하러 그곳을 방문했다. 그곳은 파키스탄에서 난민 생활을 마치고 돌아 온 주민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인데,상당수가 전쟁과 피난 중에 남편이나 아이들을 잃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난민 출신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2002년부터 3년 동안 파키스탄 국경변에 있는 난민촌을 지원했다. 그 난민촌들이 겨울동안 모두 소개되고 난민들은 아프가니스탄 본국으로 귀환했다. 그들이 본국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내심 걱정하면서 난민들의 재건을 돕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는데,막상 그것이 현실화되어 무척 반가웠다. 본국으로 귀환을 했다 해도 이들이 돌아 갈 고향이랬자 땅도,일가 친척도 없는 곳. 그래서 정부가 무상으로 불하해 준 이곳 마을에 정착하기로 하고 여장을 푼 것이 작년 11월의 일이었다. 그들은 살을 에는 추위가 두려워 일단 땅을 파고,산을 파 동굴을 만들어 생활하다가 봄이 되면서 서서히 집을 짓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 움막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더군다나 환기도 되지 않은 그 지하 움막에서 유일한 생존 수단인 카펫 짜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 카펫 짜기와 문맹 퇴치 프로그램을 위해 연간 1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지원 내용은 카펫 짜는 기계(loom) 3대,실,기술자 월급,배우는 사람들 최소한의 식비,문맹 퇴치 교사 월급 등이다. 카펫 짜는 기계 한 대에 네 명씩 붙어 기술을 익히고 3개월에 한 팀씩 새로 충원하면 1년에 16명 정도가 그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이것이 3년간이면 48 명 정도로 불어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왜 아프가니스탄인가? 그리고 왜 우리여야 하는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앞장서야 함은 그들이 우리를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전쟁 폐허를 짧은 기간 내에 그리고 완벽하게 복구하여 경제적 기적을 이룬 신화의 나라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한국 전쟁 당시 많은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우리가 이렇게 일어서기에는 우리의 근면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그들의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국제 정치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도덕적 차원에서도 우리는 세계의 이웃들에게 빚을 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가 그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왔다.

이광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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