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국제평화캠프를 다녀와서

이광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부산외국어대 교수)

국내·외 평화학자 및 인권·평화단체 실무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인권과 평화의 발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5.18 국제평화캠프에 5월 14일부터 5월 16까지 2박 3일의 여정으로 다녀왔다.

5월 14일과 15일에는 󰡐국가 폭력과 민간인 희생자󰡑에 관한 토론회에 참가하였고, 5월 16에는 아시아인권위원회(Asia Human Rights Commission)가 주관하는 아시아인권학교의 아시아인권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15일에는 한국전쟁 전후로 한 시기에 행해진 국가에 의한 집단 학살에 대한 학문적 보고가 있었고 이어 그 희생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다. 그 절규 한 가운데로 가지 못한 채 겉에서만 맴돌고 있는 나는 다음 날의 토론회에서 심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16일의 토론회에서 태국, 버마, 인도네시아, 네팔의 참가자들이 보고한 해당 각국의 독재 정권이 행하고 있는 인권 유린과 학살에 관한 내용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그 충격보다는 납치, 강간, 폭력에 이어 집단 학살로 이어지는 각국의 인권 유린이 보여주는 하나같은 닮은꼴은 국내외의 많은 참가자들을 심란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는 중에 누군가가 물어 보았다. 왜 이렇게 아시아는 하나같이 똑 같냐고.

그것은 제국주의의 유산이다. 제국주의는 아시아에 인위적인 국민국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은 국가주의의 독재로 이어지면서 실로 폭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인권 유린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아픔의 과거에서 한국은 지금 상당히 벗어나 있다. 그리하여 5.18의 정신을 부활시키고, 4.3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으며 그 외의 수도 없이 많이 희생된 영령들의 한을 풀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진상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래도 청산의 역사를 세우려는 노력들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특히 광주에서 이룬 (아니 이루어 가고 있는) 그 청산의 역사를 아시아 각국으로 파급시켜야 한다. 5.18의 광주에서 인도,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태국, 버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국 등지에서 참가한 많은 인권 . 평화 운동가들이 서로 손잡아 연대를 추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 한국의 인권 평화 운동가들이 좀체 보이지 않았다. 그 부담이 그 후로 상당히 오랜 동안 내 속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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