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 이후의 삶을 말하다 II – 이재갑 사진기록전
‣ 일 시 : 2020년 6월 1일(월)~6일(토)
‣ 장 소 : 부산광역시청 제1전시실
‣ 오프닝 행사 : 6월 2일(화) 15:00 부산시의회 대회의실
전쟁과 폭력으로 갈라진 아시아에 마음의 다리를 놓으려는 부산 시민들의 모임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평화와 인권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이 행사는 2019년 10월 중순에 부산교대 한새뮤지엄에서 개최되었던 이재갑 사진기록전 《사진으로 쓰는 역사(Historiophoty) : 베트남전 참전 이후의 삶을 말하다》를 잇는 두 번째 전시회입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유가족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아 그 처절했던 현장에서 10년 넘게 장학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픈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각종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재갑은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린 침묵의 목소리를 줄곧 기록해왔습니다. 그는 사진의 본질이 기록하는데 있다고 믿습니다. 그가 지난 30여 년 동안 기록해온 것은 늘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한국전쟁의 소산인 〈혼혈인〉, 식민지 민초들의 고통이 서린 〈군함도〉와 〈영속하는 순간들-한국과 오키나와 그 내부의 시선들〉, 조선인 강제연행 지역의 〈상처 위로 핀 풀꽃〉, 베트남과 한국의 민초들이 겪은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그밖에 〈잃어버린 기억〉, 〈식민지의 잔영〉, 〈또 하나의 초상〉, 〈뇌 안의 풍경〉, 〈기형도시〉, 〈상처 위로 핀 풀꽃〉 등 전쟁과 식민통치, 소수자들의 뼈저린 역사가 이재갑 작가의 평생 주제입니다. 그가 기록해온 것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침묵입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은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말할 권리를 얻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그들 대신 말하고 그들로부터 스스로의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겨볼 기회를 빼앗아갔습니다. 해묵은 반공주의, 상투적인 경제발전의 논리로 과연 그분들의 삶이, 개개인의 회한과 고통, 그리고 남은 염원이 우리에게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분들의 너털웃음과 침묵 속에 더 많은 진실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이번 사진기록전은 미처 다하지 못한 참전군인들 및 그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총 여덟 분이 들려주는 침묵의 목소리를 부산 시민들께 고스란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분들의 목소리는 서로 너무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아픔을 말합니다. 어르신들의 애국심은 한결같지만 늘 외로운 메아리만 돌아올 뿐입니다. ‘호국보훈의 달’로 명명된 6월을 맞이하여 국가와 개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