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아저씨,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블랑카 같아요”라 며 장난섞인 말로 웃기도 했지만 샤골씨가 말하는 이주 노동자들 의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뭇 진지해졌다.
샤골씨는 지난 1996년 '꼬레아'라는 낯선 이국땅에 발을 디뎠다.
조국 방글라데시에서 대학 재학 도중 한국 문화와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잠깐동안 외국으로 나가 경험을 쌓고 학비도 벌어 보려고 떠났던 길이 어느덧 10년이란다.
경남의 한 부품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송금하는 월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귀중한 생활비와 학비를 대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며 지난해에는 교회 봉사활동 중 아름다운 한국인 여성을 만나 새신랑이 되는 기쁨도 맛봤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말했다.
샤골씨는 그러나 친구가 작업을 하다 열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가는 큰 사고를 당한 뒤 산재혜택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울먹이며 한국땅을 떠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이주 노동자들은 비록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그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나는 한국의 역사,문화,산업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됐고 한국을 사랑한다”고 진정어린 눈으로 말했다.
샤골씨는 또 “밖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보게 되면 여러분들은 반갑게 인사해주세요”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은 샤골씨가 나눠준 만두 모양의 방글라데시 전통음식을 한 입 물고 웃음꽃을 피웠다.
슬라이드를 통해 방글라데시 농민들의 모습과 교통수단인 '릭샤'(인력거) 및 전통의상 등을 보며 아시아 이웃 국가에 대한 호기심도 채웠다.
샤골씨의 이날 수업은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과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아시아와 친구하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준비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부 산 지역 4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실시됐으며 올해부터는 부 산 지역 모든 초·중·고교의 참여신청을 받아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참여신청 문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051-818-4749.
방준식기자 anubis74@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