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로 떠난 정미홍 팀장이 첫번째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듯 하여 안심이 됩니다.
도착한 다음주부터 환자수가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낯선 기후와 문화 속에서도 건강하게 생활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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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온 지도 벌써 10일쯤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12일)부터 크메르어 수업을 하루에 1시간 30분간 받습니다.
선생이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어 수업 중에 영어와 한국어(주로 발음)로 무료진료소의 사무실에서 오후 2시부터 공부합니다.
수업 후 숙제라면서 캄보디아 자음(33개)와 모음(23개)과 그 발음에 대한 것을 우리나라 초등학교1학년의 국어노트로 사용하는 노트에 손으로 일일이 검정과 빨간 볼펜으로 직접 써서 주었는데 그 정성에 감격하고 자랑을 하니 컴퓨터가 없어 그렇다고 하네요…
무료진료소에서의 진료는 아침7시 30분부터 하나, 새벽 6시쯤이면 벌써 대문밖에 환자들이 와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7시부터 접수하여 7시30부터 진료를 하면 보통 약 10시 정도면 진료가 끝이 나고, 하루에 약 70명에서 130명 정도의 환자를 봅니다.
진료소 안으로 들어올 때 이 곳 사람들은 맨발로 들어옵니다. 남루하지만 순박한 이들의 눈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부모의 모습이 떠 올라 눈시울이 시큰해 집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은 캄보디아 제2의 도시인 바탐방인데, 명물로는 쌀(윤기가 나고 맛이 괜찮음)과 오렌지(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오렌지보다 작으나 신맛이 없고, 달고 수분이 많아 쥬스로 많이 만들어 먹습니다.)라고 합니다.
아침은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5시부터 좌선을 약 1시간하고 간단하게 정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보는 캄보디아 하늘에 있는 구름은 볼 때마다 그 모양이 너무나 다양하고 입체적이라 사진기를 가지려 가는 시간까지 아깝게 느껴져 한 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여기와 첫 날 밤에 방의 불을 끄니 반딧불이 천장에서 타원형을 그리는데 그 모습에 한 참을 자지도 않고 보고 있었는데, 그 이후 밤마다 반딧불이 보입니다. 아직 오염이 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밤에 듣는 풀벌레 소리는 우리나라의 가을밤에 듣는 소리보다 크고 소리도 다양합니다. 소나기가 하루에 한 번(?)정도 와서 그런지 밤은 선선하게 느껴집니다.
여기는 한국보다 시간의 흐름의 속도가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는 급한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일에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도 더 단순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화기를 마련하였으나 다닐 때 두고 다닙니다. 그래서 한 번씩 오는 전화 소리에 문득문득 놀라면서 뭐지? 하고 생각해 보면 내 전화벨 소리 더군요! 오늘도 진료소에 있는데 티어(집안 살림을 사는 사람)가 전화기를 들고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왔습니다.
점점 적응이 되겠죠? 생소한 그 소리도…
항상 건강하시고, 마음의 평안이 함께 하시길…
바탐방에서 정미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