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국원폭2세 환우(患友)의 인권

김 형 률 (한국원폭2세환우회)

저는 1945년 히로시마에서 원폭에 피폭을 당한 한국원폭피해자를 어머니로 모시고, “선천성 면역글로블린M의 증가가 동반된 면역글로블린 결핍증“ 이라는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원폭2세 환우입니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였던 저의 폐기능은 30%만 기능을 하고 나머지 70%는 기능이 상실되어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1층 정도 계단을 오르거나 거리를 걸을 때 숨이 차, 일상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저와 같은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원폭2세 환우들이 한국정부 발표에 의하면 2,300여명이 있다고 합니다. 저와 같이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며 자식 된 도리, 형제 된 도리, 인간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간에 '친생자 포기 각서'를 통해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끊는 마음 아픈 사연도 있습니다.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마음 한편으로 죄 아닌 죄의식을 가지며 평생을 살아가십니다. 부모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죄의식 때문에 자식들 앞에서 평생을 숨죽이며 살아가셔야 합니다. 이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는, 인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행복권마저 박탈하게 만드는, 그럼으로써 가족간에 의사소통마저 단절되어 정상적인 가정을 유지할 수 없으며 평생을 세상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한국원폭2세환우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누구하나 책임져주지 않고 평생 동안 고통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며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그리고 미국정부 모두가 법적인,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 모든 고통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발의 원자폭탄을 투하한 후 지난 58년 동안 '방사능과 유전'에 관한 올바른 진상규명을 외면한 채, 또다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라크에 열화우라늄탄을 쏟아 붓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미국의 핵무기 정책과 핵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에서는 1945년 원폭을 투하한 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원폭피해자 1, 2세대를 대상으로 58년 동안 방사능과 유전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계속되어 왔지만, 그 연구 결과는 철저한 은폐 속에 '금기와 성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예상보다 빨리 종결되었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라크 시민들과 어린이들은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방사능후유증으로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생명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방사능후유증으로 시름하는 피폭자들에게는 전쟁은 언제나 계속될 것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남아 치유되지 못한 채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한국원폭2세 환우 문제는 한국시민사회와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며 다음 세대들에게 인권과 평화를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원폭2세 환우회 http://cafe.daum.net.KABV2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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