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기 위해서 이해하기
[인권프리즘] 하마스집권, 서로다른 잣대
안영민 기자
사람이란 게 서로 접할 기회가 별로 없고 잘 모르면 오해를 하기도 하고 왠지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와 팔레스타인 사회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 TV속에서 나오는 모습만 보다 보면 팔레스타인은 한국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로만 볼 수도 있고, 한국은 팔레스타인을 늘 총성만 가득한 곳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 총선이 끝나고 패배한 파타 사람들이 라말라의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일부는 총을 들고 있습니다.
단지 이들이 총을 들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허공을 향해 실제로 총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옆에 있으면 귀가 멍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두고 만약 언론에서 패배한 파타와 승리한 하마스의 갈등이라든가, 폭력 사태 등으로 표현하면 마치 대단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사진을 찍으면서 옆에 있어 봐도 총을 쏜다고 놀라거나 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행동이 옳다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쉽게 오해될 수도 있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총선이 끝나고 이슬람 조직인 하마스가 승리를 하자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없다고 합니다. 독일 총리도 나서서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이 말만 보면 현재 상황의 핵심 문제가 마치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측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이 무언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왠지 팔레스타인 측에서 무장 투쟁을 포기하든지 아무튼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화력만 놓고 따져도 세계 최강 미국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받으며 핵무기를 비롯해 폭격기와 탱크 등을 보유한 이스라엘에 비해 팔레스타인이 가진 것은 소총이나 박격포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며 누가 무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지는 얼마만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언론을 비롯해 각 정부가 이스라엘의 폭력은 뒤로 슬쩍 감추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폭력만 앞에 내세우니 마치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력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래 왔듯이 조금 양보를 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은 팔레스타인인측입니다. 이스라엘이야 군사, 정치, 경제, 언론, 외교 등 각 분야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계속해서 점령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은 선전용 도구로만 써도 되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곳은 중동 지역이라고 불리는 팔레스타인입니다. 흔히 중동 지역하면 늘 햇빛이 쨍쨍하고 더울 것 같지만 여기도 지금은 겨울이라 자다가 추워서 깰 때가 여러 번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겨울에 추우면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겨울에 추워 내복을 입습니다. 다르지 않은 우리이기에 동정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고, 연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안영민 팔레스타인 평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