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쟁 지역 – 체첸

9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비롯한 북 카프카스 주둔 러시아군 사령관인 발레리 바라노프 장군을 포함한 고위 관리 등 32명이 사망했다. 카디로프 대통령은 친러시아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는 체첸 독립을 주장하는 반군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체첸 독립에 관해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아래 글은 고대 신문에 게재될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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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26일 모스크바 뮤지컬극장 인질 사건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채 3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러시아의 체첸정책은 더욱 가혹해지면서 러시아군은 전면적인 체첸반군 섬멸전에 들어갔다. 동시에 러시아 정부는 적극적인 외교 공세에 나서고 있다. 체첸전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對)테러 전쟁과 연결시킨 것이다. 체첸 망명정부와 반군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나 알 카에다와 마찬가지로 테러조직이라는 것이 러시아의 논리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체첸인들의 항쟁은 20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50개 이상의 민족이 살고 있는 카프카스 지역을 러시아 군이 복속시킨 것은 1830년대. 이후 카프카스산맥의 여러 유목민족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러시아와 체첸의 길고 질긴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공산주의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도 체첸인들은 반소련의 태도를 견지하였고 이는 결국 1930년대 스탈린 시대의 광풍으로 연결되었다.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면서 카프카스 지역에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그루지야가 독립해 주권국가가 됐다. 그러나 체첸을 비롯해 잉구셰티아, 북(北)오세티아, 다게스탄 등은 여전히 자치공화국으로 러시아연방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직후의 혼란기에 러시아는 체첸에 관심을 돌릴 여유도 없었고 이 틈에 체첸은 사실상 독립국 행세를 했다. 그렇지만 체제정비를 끝낸 러시아는 1994년 12월 체첸을 침공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왜 러시아는 체첸을 아제르바이잔이나 그루지야와 같이 독립국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가? 가장 큰 이유는 송유관에 있다. 최근 세계 최대규모의 유전으로 떠오른 카스피해 유전에서 생산된 석유는 체첸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으로 공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체첸이 독립할 경우 러시아는 최대 안보자원인 석유수송을 체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첸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상당한 양의 원유도 갖고 있다. 체첸을 풀어줄 수 없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러시아는 89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이다. 이 가운데 21개 자치공화국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자치공화국은 외교권은 없지만 상당한 수준의 주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체첸의 독립을 허용할 경우 다른 자치공화국의 독립열망을 자극해 자칫하면 전국적인 내전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각지에 배치돼 있는 핵무기 통제도 어려워지고 이를 또 미국 과 같은 서방이 우려하기까지 하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무원 이것이 체첸독립의 결정적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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