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평택) 사태에 얽힌 문제들
곤봉과 불도저로 대추리의 땅을 빼앗을 수 없다
김승국 (기사입력: 2006/05/10 00:56)
지난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 주변에서 벌어진 군(군대) · 경(경찰)의 강제진압과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을 ‘대추리(평택) 사태’로 총칭한다.
대추리(평택)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갈등의 당사자 양쪽이 서로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까지 예상하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1. 노무현 정권 · 국가권력의 폭력성
* 5월 4일의 군 · 경 합동작전은, '국가는 본래 폭력의 독점체'임을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구두선처럼 개혁을 외치던 노무현 정권이 개혁의 동참세력에게 곤봉을 휘두름으로써 개혁의 사이비성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지양하는 과업을 평화운동의 전략으로 새롭게 상정해야할 것이다.
*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서슴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거론하는 현 시국이 비상시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에 집결한 사람들(A 집단) 중 상당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의 당돌한 발언(“미국과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에 반해 노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 때 부시로부터 'easy man' 소리를 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나 안이한(easy) 태도로 대추리의 금싸라기같은 농토를 미군에 바치는 것을 보고 배반 당했다는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이 감정은, 대추리 토지수용 과정에서 官(국방부 등)에 배반 당했다는 의식을 가진 대추리 농민(B 집단)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A 집단 · B 집단의 ‘배반 당했다는 감정’이 상승작용하는 게 민심의 흐름임을 현 정권은 재빨리 간파해야한다.
군 · 경의 물리적 폭력이 가해질수록 이런 상승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어 정권 차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즐거이 관망할 한나라 당에게 권력이 이동할 가능성 자체가 비상시국을 대변한다. 이러한 불길한 사태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주한미군 재편(GPR)에 관하여 한미 당국이 재협상하는 것이다.
* 미국의 조야에서 반미감정의 확산 우려 때문에 강제진압을 꺼려함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하듯 힘(군 · 경의 무력)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이는 (후기) 식민지 권력이 날뛰며 민중을 괴롭히는 사례가 아닌가? 봉건주의 사회구조에 빗대어 말하면, 지주(미국, 펜타곤)보다 마름(한국 정부 · 국방부)의 회초리가 머슴들(대추리 농민들)의 뼈 속을 더 깊숙이 파고들지 않나?
* 기대를 모았던 신임총리마저 공권력의 신화에 빠진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때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권력을 쥐자마자 고난 받은 민중을 저버리는 행태를 극복할 수단은 없는가? 과거의 진보인사들이 권력에 길들여지면서, 옛 동지들을 향해 권력을 휘두르는 ‘어처구니없는 역행’을 바로잡을 수 없나? 진보적인 인사마저 순치시키는 권력을 순치시킬 수 없나? 개혁정부의 폭력성 앞에서 절망하기에 앞서 국가권력 자체의 변혁을 추구하는 길을 찾아야하는 게 아닌가?
2. 노무현 정권과 대추리 주민의 관계
* 대추리 주민들이 군사기지 확장에 의해 세 번째 추방(diaspora) 당해 난민이 되는 고난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다. 갖은 고난을 겪으며 대추리의 땅을 옥토로 만든 대추리 농민들의 ‘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혀 모르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막가파 식’의 강제진압이 큰 문제이다.
* 민심을 모르고 행정적인 집행만 서두르는 정부가 화근이다. 대추리 농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 대화 · 설득 · 합의 없이 관료적인 결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토지를 빼앗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문제이다.
* 노무현 정권의 정치력 부족이 대추리 사태를 통해 또 다시 드러났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와 국방부의 합의를 하루 만에 번복하여 1만4천명의 군 · 경 합동작전을 벌인 것 자체가 정치력의 부족을 증명한다.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미일 동맹의 군사적 재편(일본판 GPR)을 통해, 헤노코에 미군 기지를 신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미일 양국의 최종합의문을 발표하여 오키나와의 헤노코에 미군 기지를 신설하거나 이와쿠니 등에 새로운 주일미군 기능을 첨가하고 있다.
일본 전국의 수십 개 지역의 미군기지 · 자위대 기지를 일체화하려는 이 거대한 작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저항에 의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자위대 · 경찰을 동원하여 지역주민들의 집회를 강제로 해산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인 차원에서 계속 설득하다가 안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처럼 군 · 경이 등장하여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일본에서는 절대로 없고 감히 이런 작태를 상상조차 못한다.
이와쿠니의 신임 시장 가쓰스케 씨('주일미군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이와쿠니로 이전하려는 미일 정부의 합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지지에 의해 시장으로 당선됨)는 “주민을 강제로 들어내고 기지 이전을 강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23008.html 참조)
그런데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보다 정치적으로 미개한 부분을 군사적으로 메우려는 듯 5월 4일에 군사력을 동원하여 힘을 과시하고 철조망을 쳤다. 이 철조망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쳐 놓은 분리벽과 비슷하다. 친미 이스라엘 세력이 팔레스타인을 격리 · 고사시키려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처럼, 한국의 친미 군부가 대추리 민중을 격리시키기 위해 29 킬로미터의 철조망 장벽을 둘러놓았다.
이는, 남북한 분단의 장본인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크게 하기 위한 ‘친미 마름집단’의 분단장벽이다. 대추리의 민심과 담을 쌓고 미국 군수업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쳐 놓은 분단장벽의 저쪽은 이미 미국 땅이고 이쪽은 (후기)식민지 백성이 사는 대추리이다. 저쪽과 이쪽의 분리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의 배양기 역할을 할 것이다. 대추리의 철조망은 남북한으로 분단된 사회 안의 또 다른 ‘친미형 분단사슬’이다.
* 전 세계적으로 미군기지 건설은 거대한 토목공사이며, 이를 담당한 한국은 이미 토목국가로 변신 중이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통한 토목공사의 엄청난 이권이 대추리(평택) 사태의 배후에 존재한다.
3. 미국과의 관계
* 대추리(평택) 사태를 통해 직감할 수 있는 ‘상전(미국)-마름(한국 국방부)-머슴(대추리 농민)의 먹이사슬’이 한미동맹의 악순환 구조를 이루며 대추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이 먹이사슬을 끊겠다고 나선 운동권(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과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에 있는 한국 국방부와의 대결이 예상된다. 위의 중간 고리를 끊으려는 운동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상전이 머슴을 착취하는 구조가 제도화할 것이다. 제도화에 앞서, 이 착취 구조의 중간자인 한국 국방부와 운동권 사이의 물리적 대립이 빈발할 것이다.
* 상전에게 아부하는 마름이 아랫 것들(머슴; subaltern)에 분풀이한 행태가 대추리(평택) 사태에서 엿보인다. 마름 집단은 미국 앞에서 주한미군 재편 ·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부당성을 따지기는커녕 대추리 주민들에게 곤봉세례를 퍼붓는 (후기)식민지 권력의 과잉충성 ·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하는 노무현 정권이 진짜 할 일은, 왜곡된 대미관계의 과거사 청산 즉 마름노릇을 청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재협상을 시도하기 바란다.
* 대추리(평택)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전략을 언급한다. 상전(미국)이 한미 군사협의를 통한 지침(평택에 새로운 GPR용 미군기지 건설)을 내려주면, 이에 충성을 바치는 한국의 마름집단 즉 [친미 군(군맥) · 산(경제계) · 학(학계) · 언(‘조 · 중 · 동’을 비롯한 언론계) · 종(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연계되어 있는 종교계) 복합체]가 총체적으로 지침을 수행하는 구조의 역사적 청산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옛 진보인사(한명숙 총리 포함)마저 덩달아 이들 마름집단과 한패가 된 듯 공권력 수호 타령을 하고 있다.
* 대추리(평택) 사태를 에워싼 한국 사회의 갈등· 분열(divide)을 팔짱끼고 지켜보면서 친미 대행그룹(마름집단)을 통해 통치(행정 대집행)하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이 엿보인다. 이 분할통치 전략에 너무나 취약한 한국사회의 모순을 지양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거론해야하지 않을까?
* 대추리의 토지 수용을 거부하는 농민들의 운동, 이 농민들과 연대하는 운동을 ‘반미’로 매도하는 발상에 문제가 없는가? 농민들이 자식 같은 땅을 내놓지 않겠다는 게 왜 반미행동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반미운동과 반기지 운동의 차이점에 대해 몰지각한 사람들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면 무조건 반미로 보는 인식의 폭력성, 미국에 저항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면 이적행위로 몰아붙여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담론의 독재'를 지적한다.
* 펜타곤이 추진하는 미군기지 재편(GPR)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미군기지 확장 사업의 희생양으로 대추리 농민이 선택되었다. 대추리 농민이라는 희생양이 흘린 피를 마시며 성장하는 한미 동맹의 잔혹성 · 파괴성 · 식민성[제국 ‘미국’의 군대(미군)-군사적 종속국가 ‘한국’의 군대(한국군) 사이의 식민성], 군사적 식민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군사제국의 횡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이론 정립이 시급하다.
* 대추리가 미군기지의 터가 되면, 이 곳에 배치될 미군의 최첨단무기들이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붕괴를 위해 쓰일 것이다. 대추리 농민이 희생양으로 제국 미국에 바친 농토가 동족인 ‘북한 민중’ 죽이기에 쓰일 것이다. 대추리 농민들이 순종하여 토지를 내주면, 북한 농민 · 노동자 · 민초들을 죽이는 간접살인으로 연결될 것이다. 남한의 민중(대추리 농민)이 미군 기지를 매개로 북한의 민중을 집단학살(genocide)할 수도 있다.
4. 군사적인 사항
*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미국 군수업계에게 '황금을 낳아주는 거위'를 안겨주는 가상 시나리오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1) 첫 번째 가상 시나리오; 한 평에 20만원 짜리 대추리 땅에서 황금 같은 군사이익 · 군사적 잉여 가치를 빼낸다
펜타곤의 핵심 전략인 GPR은 미국 군수 산업계 · 미국 군산 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다(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 평택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GPR의 한국판’이다. 그러므로 대추리 농민의 땅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떼돈을 벌) 미국 군수업체의 배를 불리는 꼴이 된다. 헐값 20만원에 매수된 대추리 땅 한 평이 수억 원의 군사이익이 되어 미국 군수업계의 예금통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공사의 핵심인 최첨단 소프트웨어(C4ISR)의 수주를 미국 유수의 군수업계가 따낼 것이다. 예컨대 체니 미 부통령과 관련이 있는 핼리버튼 사 등이 주요 공사를 도맡을지도 모른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지출되는 한국민의 혈세가 핼리버트 사 등으로 유입될 것이다.
이 막대한 군사이익의 떡고물을 한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것이고, 이들 군수업계 주변 인물들은 한나라당 패들이어서 절대로 열린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재산을 부풀려주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무리한 강제진압을 서두른 결과 대추리(평택) 사태를 초래했다.
2) 두 번째 가상 시나리오;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의 중간거점이 될 경우
평택의 미군기지 군(群)이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belt)의 중간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만금의 새로운 간척지 일부가 군산 미 공군비행장과 연동되어 사용될 것이라는 설(說)을 크게 무시할 수 없다면, 백령도~강화도~인천~평택(해군기지+미 공군기지)~군산(미 공군기지)~새만금~광주(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제주도(화순 港)를 잇는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가 형성될 것이며, 평택의 확장된 미군기지가 이 벨트의 중간거점 노릇을 할지 모른다. 이럴 경우, 펜타곤 · 미국 군수업계는 이 중간거점을 통해 ‘중국 포위망의 군사적 이익’을 거두어 갈 것이다.
3)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아낸다
미국 정부는 오래전에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미 주한미군의 ⅓이 철수했고 나머지 육상부대도 되도록이면 빨리 철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육상병력은 거의 철수하고 주한 미 공군 중심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기지의 상당수를 폐쇄하는 게 상식인데, 이런 상식을 뒤엎고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막대한 군사이익을 얻으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 시대에 어울리는 기지 통폐합을 과감하게 한다면 굳이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LPP(연합 토지관리 계획;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에 따른 평택 기지의 신설이 불필요할 것이다. 펜타곤이 주한미군의 과감한 감축을 생각하면서도 거대한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강행하는 모순 속에서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주한미군 추가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그에 따라 평택기지 확장될 경우 ‘시설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양국의 합의이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기지 확장이 강행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평택의 기지가 새롭게 확장된 다음 그 기지에 주둔할 병력이 없거나 잠깐 동안 주둔하고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영재 「미군병력은 줄여도 기지는 늘린다?」『평화 만들기(http://www.peacemaking.co.kr)』231호].
이처럼 주한미군 철수계획과 정반대로 평택에 거대한 기지를 신설하여 과잉시설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의문을 푸는 암호(code)는 미국 군 · 산 복합체의 자본 확대 재생산 방식에 있다. 미국 군 · 산복합체는, 변덕이 심한 안보전략 수정의 최대 수혜자이다. 미국의 핵전략 · 국방전략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주문받아 납품한 군수업체가, 몇 년 뒤에 또 다른 전략이 등장하면 그에 걸맞는 무기를 새로 납품하여 돈 방석에 앉는다. 핵전략의 변화에 따라 단탄두 핵무기를 만들었다가 이내 해체하고 다탄두 핵무기를 새로 만들어낸다. 냉전시대에 대륙간 핵무기가 유행일 때는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들여 ICBM을 만들고, 탈냉전시대의 총아로 미사일 방어망(MD)이 등장하면 ICBM을 없애고 MD를 구축한다. ICBM을 해체하는데도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고 MD망을 구축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국방비가 든다.
낡은 무기를 부수고 신종 무기를 개발하는 2중의 무기수요 창출을 통해 거대한 국방예산을 따내는 귀재들이, 미국 군수업계를 주무르고 있다. 이 귀재들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기재고의 정리 · 신무기 개발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켜 신종무기 개발비용을 뽑아낸다. 이들을 '죽음의 상인'이라 부른다. 이들 '죽임의 상인'에 의해 제국 '미국'의 안보전략-무기발전의 조율이 이루어진다.
안보전략의 발전과 무기발전은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처음에는 바늘(안보전략을 만들어내는 펜타곤)이 실(군수업계)을 규정하지만, 나중에는 실이 무기를 규정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 · 산 복합체가 형성되면서 펜타곤과 '죽음의 상인(군수업계)'이 유착한다. 이 유착관계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유착한 ['펜타곤-죽음의 상인'의 유령]이 '대한미국(大韓米國; 대한민국이 아님)'의 평택 땅을 배회하며 GPR의 미명 아래 대추리 농민들의 땅을 갈취하려한다. 대한미국의 국방부를 앞세워...
평화의 땅 대추리를 전쟁의 땅으로 만들고 대추리 농민들을 죽을 지경으로 내모는 미국의 '죽임의 상인들'과 펜타곤. 이들 '악의 축'은, GPR의 차원에서 전 세계 미군기지의 갱신 · 최첨단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LPP의 이름으로 추진중이다(LPP도 부족하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확대 LPP’인 셈이다).
그런데 LPP를 확대하면 할수록 미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돈 방석의 면적이 넓어지게 되어 있다. LPP가 엄청난 군사적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낡은 미군기지(서울 이북의 미 2사단 기지)를 없애고 대체기지를 다른 곳(평택)에 세우는 과정에서 2중의 수요가 생겨난다. 기존의 기지를 없애는데도 돈이 들고(한국에 반환하는 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비용 · 기지 이사 비용 등), 새로운 기지를 만드는데도 돈(평택의 신설 기지 건설비용)이 든다. 기존의 미군기지를 없애거나 미군기지 신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의 제공자는 물론 한국정부이다. 한국정부가 그냥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굽실거리며 백지수표(?)를 건네주므로, 미국은 손 안대고 코를 푼다.
펜타곤이 한국정부에 안보전략(GPR)을 통보하면서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라고 명령(?)하면, 한국 정부가 군 · 경을 동원하여 곤봉과 불도저로 밀어붙이므로 미국은 관망하기만하면 된다. 한국 정부가 갖은 비난을 무릅쓰고 불도저로 다져 놓은 미군기지 터의 면적과 미국 군수업계가 앉을 돈 방석의 면적을 비교평가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한국과 똑같이 미군기지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낡은 주일미군 기지를 자위대에 돌려주는 대신 새로운 최첨단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그 자금을 일본정부에 부담시키고 있다. 미국정부의 의지에 따라, 오키나와의 후덴마 기지를 일본정부에 반환하고 헤노코에 새로운 최첨단 기지를 세우려 한다. 또한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의 기능과 해병대 병력을 괌(Guam)으로 이동하여 괌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하려 한다. 미국 영토인 괌에 오키나와 해병대 병력을 이전시키는 총비용 103억 달러 중 61억 달러를 일본 정부가 충당한다.
한마디로 알 먹고 꿩 먹는 일이 주일미군 재편과정에서 생기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아랫돌(낡은 기지; 후덴마 기지)을 빼서 윗돌(헤노코의 새로운 기지)을 괴면서 알을 먹고, 괌에 미군기지 신설한다며 꿩도 먹으며 일본의 국부 260억 달러를 2중으로 빼내고 있다. 물론 미일 동맹의 재편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미동맹 재편'이라는 미명 아래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한국정부에 강요하고 있다. 일본이 미일동맹의 재편을 위해 수백억 달러를 미국에 바치고 있으니, 한국은 한미동맹의 재편을 위해 일본에 버금가는 돈을 미국에 헌납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백지수표를 건네주어야할지 모른다. 이게 한미동맹의 처절한 댓가이며 제국 '미국'에 바치는 현대판 조공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하위 동맹을 통한 헌납 · 조공 · 수탈 체계는, 제국 ‘미국’이 군사적으로 잉여를 창출하는 방식이며 미국 자본주의의 군사적 생존방식이다.
이처럼 하위 동맹자인 한국 ·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펜타곤 · 미국 군수업계)에 알(평택 미군기지 · 헤노코 기지 신설)도 먹여주고 꿩(주한미군 주둔비용 · 오키나와 해병대 의 괌 이전비용 부담)도 먹여주고 있다. 이 알과 꿩을 합하면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이 될 것이다. 이 엄청난 돈이 에누리 없이 미국 군수업계의 금고로 들어가 미국 자본주의 · 전쟁경제 체제가 확대 재생산된다.
미국 자본주의는 평택 · 헤노코를 군사적 수탈의 최전방 기지 · 신종 식민지(군사적 식민지화를 위한 Enclave)로 활용하면서, 한-미 FTA(자유무역 협정) 등을 통한 경제적 수탈을 병행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안보(평택의 식민지화)와 경제(신자유주의 · FTA)가 상통하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 한미 FTA 반대투쟁이 상통한다.
* 한국군의 동향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필요하다. 대추리(평택) 사태와 관련한 친미군맥의 동향을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매우 위험한 군사적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게임은 노무현 정권의 정권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청와대 · 국방부 강경파의 위험한 강경책이 5월 4일의 군 · 경 강제진압으로 나타난 듯한데, 이들의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노무현 정권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대추리(평택) 사태가 5월 13~14일의 대규모 항의집회를 통해 광주항쟁 정신의 계승으로 연결됨과 동시에 한미 FTA 반대운동 전선으로 이어지면, 미국반대의 불길이 치솟아오를 것이다. ‘정치 IQ’가 낮은 강경파 관료들의 작품이 미국반대 운동 잘 되도록 풀무질 해주는 꼴을, 상전(미국; 네오콘을 제외한 세력)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5. 곤봉과 불도저에 의한 토지강탈
* 대추리 사태는 오키나와 농민의 땅을 ‘총과 불도저로 강탈’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평화 만들기』224 · 225호의 ‘오키나와에 평화를’ 참조]. 한국의 경우, 오키나와에서처럼 총을 들이대고 땅을 빼앗고 있지 않을 뿐이다.
6. 민주주의의 후퇴
* 군대가 등장하여 민간인의 집회를 해산시킨 것은 ‘1980년 민주화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군부가 등장한 역사적 사실’을 연상케 한다. 군대가 민간인의 집회를 해산하는 것은, 민중의 혁명적인 집결 · 민중봉기 · 내란 등이 아닌 한 삼가야 할 군부의 덕목이다. 특히 군대와 민중이 충돌한 ‘불행한 역사’를 지닌 이 땅에서, 군대가 방자하게 등장하여 민간인의 시위를 강제 진압한 사태가 개혁정권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민주화 운동의 열매를 따먹고 있는 노무현 정권 스스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1980년 5월로 되돌리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대추리의 황새울 들판에 진주하고 있는 군대의 원상복귀를 주장해야한다.
7. 주민들의 정신적 공황(panic)
* 평화롭던 대추리 마을에 난입한 군 · 경의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떨리는 주민들의 공포심 · 정신적 공황(극도의 panic 상태)에 대한 정부의 배상이 있어야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 차원에서 주민들의 심리적 공황을 치료하고 있는데, 정부의 치유대책은 없는 듯하다. 정부쪽 말을 듣지 않는 대추리 주민들은 비국민(非國民)인가?
8. 국가안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
* 대추리 사태는 국가안보의 횡포를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이다. 국가권력의 군사적 외화물인 군대가 공격목표(대추리 초등학교)를 점령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군대가 대추리 주민의 안위를 짓밟은 것이다. 대추리에 사는 국민(대추리 주민) 개개인의 개인안보 · 인간안보(human security) · 민중 안보를 유린한 것이다. 대추리 사태를 통해 국가안보와 인간안보의 대립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9. 평화이론의 적용 가능성
* 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가운데 대추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우선 아래와 같은 관점을 제시한다;
1) 인간안보 · 민중안보를 근간으로 하는 평화연구의 입장에서 대추리 사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추리를 에워싸고 있는 3중의 폭력장치 즉 경찰 · 한국군 · 미군의 포위망을 그들 스스로 풀거나 자진 해체해야 한다. 3중의 폭력장치 스스로 해체를 거부하면 민중이 나서서 해체시키는 지난한 과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2) 대추리를 중심으로 대립축이 형성되어 있는 '민(民)-군(軍) 관계'의 평화적인 이행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창립을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협의기구 창립을 거론하기에 앞서 민(民)-군(軍)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시급하다.
3)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분쟁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방법인 Transcend(분쟁 변환 · 상생 · 초월)를 대추리(평택) 사태에 적용하여 대안(평화적 해결방안)을 강구할 수 있나? 갈퉁의 Transcend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Diagnosis(진단)-Prognosis(예후)-Therapy(치유)’과정을 거쳐야하는데, Diagnosis를 위한 기초적인 대화마저 불가능한 대추리 사태(평택 대책위 · 국방부의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은 5월 4일의 강경진압)에서 갈퉁의 방법론은 무력한 게 아닌가? 갈퉁의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한 '(후기)식민지 국가권력의 폭력'을 지양하는 힘(민중 권력)을, 갈퉁의 Transcend 방법론과 다른 이론 틀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이 타당하다면, '(후기)식민지 국가권력의 폭력'을 지양하는 가운데 '평화지향적인 민중 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평화이론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4)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한국쪽 '군(軍)-산(産)-정(政) 복합체'와 미국쪽 '군(軍)-산(産)-정(政) 복합체'의 연계 · 유착 관계]를 분석한 다음에, 이를 대추리의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5) 주한미군 재편의 현장인 대추리와 주일미군 재편의 현장(오키나와의 헤노코, 이와쿠니, 쟈마 등)을 연결지어 '한미동맹 · 미일동맹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이 연결고리가 북한 붕괴를 위한 전략과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파악해야한다. 한국의 대추리와 오키나와의 헤노코가 '악의 축' 북한을 타도하는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이 되어가는 현상을 간파해야한다. 새로 들어설 대추리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미동맹 · 미일동맹의 일체화를 통한 북한붕괴 전략'이 수행될 가능성을 타진해야한다. 만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평화운동의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6) 대추리 주민 중심의 민중 안보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지양하는 이론 · 실천의 접맥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7) 인간안보 · 민중안보의 핵심주제인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을 근원적으로 제기해야한다.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평화적 생존권을 하위 법규가 유린하는 모순을 척결해야한다. 평화적 생존권의 본질인 '민중(대추리 민중)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생명평화 운동의 지평을 구축해야한다. 이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대추리 주민들의 정신적 공황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10. 맺는 말
* 앞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정부쪽도 대추리 사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미국측과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재협상에 임해야한다.
* 끝으로 곤봉과 불도저로 대추리 농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출처 : 평화만들기 (www.peacemaking.co.kr)
곤봉과 불도저로 대추리의 땅을 빼앗을 수 없다
김승국 (기사입력: 2006/05/10 00:56)
지난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 주변에서 벌어진 군(군대) · 경(경찰)의 강제진압과 그 이후에 전개될 상황을 ‘대추리(평택) 사태’로 총칭한다.
대추리(평택)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갈등의 당사자 양쪽이 서로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까지 예상하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1. 노무현 정권 · 국가권력의 폭력성
* 5월 4일의 군 · 경 합동작전은, '국가는 본래 폭력의 독점체'임을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구두선처럼 개혁을 외치던 노무현 정권이 개혁의 동참세력에게 곤봉을 휘두름으로써 개혁의 사이비성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지양하는 과업을 평화운동의 전략으로 새롭게 상정해야할 것이다.
* '국가 ·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서슴지 않고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거론하는 현 시국이 비상시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5월 4일 대추리 초등학교에 집결한 사람들(A 집단) 중 상당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후보의 당돌한 발언(“미국과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에 반해 노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 때 부시로부터 'easy man' 소리를 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나 안이한(easy) 태도로 대추리의 금싸라기같은 농토를 미군에 바치는 것을 보고 배반 당했다는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이 감정은, 대추리 토지수용 과정에서 官(국방부 등)에 배반 당했다는 의식을 가진 대추리 농민(B 집단)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A 집단 · B 집단의 ‘배반 당했다는 감정’이 상승작용하는 게 민심의 흐름임을 현 정권은 재빨리 간파해야한다.
군 · 경의 물리적 폭력이 가해질수록 이런 상승작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어 정권 차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즐거이 관망할 한나라 당에게 권력이 이동할 가능성 자체가 비상시국을 대변한다. 이러한 불길한 사태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은, 주한미군 재편(GPR)에 관하여 한미 당국이 재협상하는 것이다.
* 미국의 조야에서 반미감정의 확산 우려 때문에 강제진압을 꺼려함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하듯 힘(군 · 경의 무력)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이는 (후기) 식민지 권력이 날뛰며 민중을 괴롭히는 사례가 아닌가? 봉건주의 사회구조에 빗대어 말하면, 지주(미국, 펜타곤)보다 마름(한국 정부 · 국방부)의 회초리가 머슴들(대추리 농민들)의 뼈 속을 더 깊숙이 파고들지 않나?
* 기대를 모았던 신임총리마저 공권력의 신화에 빠진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때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권력을 쥐자마자 고난 받은 민중을 저버리는 행태를 극복할 수단은 없는가? 과거의 진보인사들이 권력에 길들여지면서, 옛 동지들을 향해 권력을 휘두르는 ‘어처구니없는 역행’을 바로잡을 수 없나? 진보적인 인사마저 순치시키는 권력을 순치시킬 수 없나? 개혁정부의 폭력성 앞에서 절망하기에 앞서 국가권력 자체의 변혁을 추구하는 길을 찾아야하는 게 아닌가?
2. 노무현 정권과 대추리 주민의 관계
* 대추리 주민들이 군사기지 확장에 의해 세 번째 추방(diaspora) 당해 난민이 되는 고난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다. 갖은 고난을 겪으며 대추리의 땅을 옥토로 만든 대추리 농민들의 ‘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혀 모르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막가파 식’의 강제진압이 큰 문제이다.
* 민심을 모르고 행정적인 집행만 서두르는 정부가 화근이다. 대추리 농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 대화 · 설득 · 합의 없이 관료적인 결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토지를 빼앗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문제이다.
* 노무현 정권의 정치력 부족이 대추리 사태를 통해 또 다시 드러났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와 국방부의 합의를 하루 만에 번복하여 1만4천명의 군 · 경 합동작전을 벌인 것 자체가 정치력의 부족을 증명한다.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미일 동맹의 군사적 재편(일본판 GPR)을 통해, 헤노코에 미군 기지를 신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미일 양국의 최종합의문을 발표하여 오키나와의 헤노코에 미군 기지를 신설하거나 이와쿠니 등에 새로운 주일미군 기능을 첨가하고 있다.
일본 전국의 수십 개 지역의 미군기지 · 자위대 기지를 일체화하려는 이 거대한 작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저항에 의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자위대 · 경찰을 동원하여 지역주민들의 집회를 강제로 해산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인 차원에서 계속 설득하다가 안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처럼 군 · 경이 등장하여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일본에서는 절대로 없고 감히 이런 작태를 상상조차 못한다.
이와쿠니의 신임 시장 가쓰스케 씨('주일미군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이와쿠니로 이전하려는 미일 정부의 합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지지에 의해 시장으로 당선됨)는 “주민을 강제로 들어내고 기지 이전을 강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23008.html 참조)
그런데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보다 정치적으로 미개한 부분을 군사적으로 메우려는 듯 5월 4일에 군사력을 동원하여 힘을 과시하고 철조망을 쳤다. 이 철조망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쳐 놓은 분리벽과 비슷하다. 친미 이스라엘 세력이 팔레스타인을 격리 · 고사시키려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처럼, 한국의 친미 군부가 대추리 민중을 격리시키기 위해 29 킬로미터의 철조망 장벽을 둘러놓았다.
이는, 남북한 분단의 장본인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크게 하기 위한 ‘친미 마름집단’의 분단장벽이다. 대추리의 민심과 담을 쌓고 미국 군수업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쳐 놓은 분단장벽의 저쪽은 이미 미국 땅이고 이쪽은 (후기)식민지 백성이 사는 대추리이다. 저쪽과 이쪽의 분리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의 배양기 역할을 할 것이다. 대추리의 철조망은 남북한으로 분단된 사회 안의 또 다른 ‘친미형 분단사슬’이다.
* 전 세계적으로 미군기지 건설은 거대한 토목공사이며, 이를 담당한 한국은 이미 토목국가로 변신 중이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통한 토목공사의 엄청난 이권이 대추리(평택) 사태의 배후에 존재한다.
3. 미국과의 관계
* 대추리(평택) 사태를 통해 직감할 수 있는 ‘상전(미국)-마름(한국 국방부)-머슴(대추리 농민)의 먹이사슬’이 한미동맹의 악순환 구조를 이루며 대추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이 먹이사슬을 끊겠다고 나선 운동권(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과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에 있는 한국 국방부와의 대결이 예상된다. 위의 중간 고리를 끊으려는 운동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상전이 머슴을 착취하는 구조가 제도화할 것이다. 제도화에 앞서, 이 착취 구조의 중간자인 한국 국방부와 운동권 사이의 물리적 대립이 빈발할 것이다.
* 상전에게 아부하는 마름이 아랫 것들(머슴; subaltern)에 분풀이한 행태가 대추리(평택) 사태에서 엿보인다. 마름 집단은 미국 앞에서 주한미군 재편 ·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부당성을 따지기는커녕 대추리 주민들에게 곤봉세례를 퍼붓는 (후기)식민지 권력의 과잉충성 ·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하는 노무현 정권이 진짜 할 일은, 왜곡된 대미관계의 과거사 청산 즉 마름노릇을 청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재협상을 시도하기 바란다.
* 대추리(평택)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전략을 언급한다. 상전(미국)이 한미 군사협의를 통한 지침(평택에 새로운 GPR용 미군기지 건설)을 내려주면, 이에 충성을 바치는 한국의 마름집단 즉 [친미 군(군맥) · 산(경제계) · 학(학계) · 언(‘조 · 중 · 동’을 비롯한 언론계) · 종(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연계되어 있는 종교계) 복합체]가 총체적으로 지침을 수행하는 구조의 역사적 청산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옛 진보인사(한명숙 총리 포함)마저 덩달아 이들 마름집단과 한패가 된 듯 공권력 수호 타령을 하고 있다.
* 대추리(평택) 사태를 에워싼 한국 사회의 갈등· 분열(divide)을 팔짱끼고 지켜보면서 친미 대행그룹(마름집단)을 통해 통치(행정 대집행)하는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이 엿보인다. 이 분할통치 전략에 너무나 취약한 한국사회의 모순을 지양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거론해야하지 않을까?
* 대추리의 토지 수용을 거부하는 농민들의 운동, 이 농민들과 연대하는 운동을 ‘반미’로 매도하는 발상에 문제가 없는가? 농민들이 자식 같은 땅을 내놓지 않겠다는 게 왜 반미행동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반미운동과 반기지 운동의 차이점에 대해 몰지각한 사람들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면 무조건 반미로 보는 인식의 폭력성, 미국에 저항하거나 미국을 비판하면 이적행위로 몰아붙여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담론의 독재'를 지적한다.
* 펜타곤이 추진하는 미군기지 재편(GPR)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미군기지 확장 사업의 희생양으로 대추리 농민이 선택되었다. 대추리 농민이라는 희생양이 흘린 피를 마시며 성장하는 한미 동맹의 잔혹성 · 파괴성 · 식민성[제국 ‘미국’의 군대(미군)-군사적 종속국가 ‘한국’의 군대(한국군) 사이의 식민성], 군사적 식민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군사제국의 횡포 등에 관한 종합적인 이론 정립이 시급하다.
* 대추리가 미군기지의 터가 되면, 이 곳에 배치될 미군의 최첨단무기들이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붕괴를 위해 쓰일 것이다. 대추리 농민이 희생양으로 제국 미국에 바친 농토가 동족인 ‘북한 민중’ 죽이기에 쓰일 것이다. 대추리 농민들이 순종하여 토지를 내주면, 북한 농민 · 노동자 · 민초들을 죽이는 간접살인으로 연결될 것이다. 남한의 민중(대추리 농민)이 미군 기지를 매개로 북한의 민중을 집단학살(genocide)할 수도 있다.
4. 군사적인 사항
*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미국 군수업계에게 '황금을 낳아주는 거위'를 안겨주는 가상 시나리오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1) 첫 번째 가상 시나리오; 한 평에 20만원 짜리 대추리 땅에서 황금 같은 군사이익 · 군사적 잉여 가치를 빼낸다
펜타곤의 핵심 전략인 GPR은 미국 군수 산업계 · 미국 군산 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다(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 평택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GPR의 한국판’이다. 그러므로 대추리 농민의 땅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떼돈을 벌) 미국 군수업체의 배를 불리는 꼴이 된다. 헐값 20만원에 매수된 대추리 땅 한 평이 수억 원의 군사이익이 되어 미국 군수업계의 예금통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공사의 핵심인 최첨단 소프트웨어(C4ISR)의 수주를 미국 유수의 군수업계가 따낼 것이다. 예컨대 체니 미 부통령과 관련이 있는 핼리버튼 사 등이 주요 공사를 도맡을지도 모른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지출되는 한국민의 혈세가 핼리버트 사 등으로 유입될 것이다.
이 막대한 군사이익의 떡고물을 한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것이고, 이들 군수업계 주변 인물들은 한나라당 패들이어서 절대로 열린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의 재산을 부풀려주기 위해 노무현 정권이 무리한 강제진압을 서두른 결과 대추리(평택) 사태를 초래했다.
2) 두 번째 가상 시나리오;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의 중간거점이 될 경우
평택의 미군기지 군(群)이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belt)의 중간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만금의 새로운 간척지 일부가 군산 미 공군비행장과 연동되어 사용될 것이라는 설(說)을 크게 무시할 수 없다면, 백령도~강화도~인천~평택(해군기지+미 공군기지)~군산(미 공군기지)~새만금~광주(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제주도(화순 港)를 잇는 중국 포위용 서해안 벨트가 형성될 것이며, 평택의 확장된 미군기지가 이 벨트의 중간거점 노릇을 할지 모른다. 이럴 경우, 펜타곤 · 미국 군수업계는 이 중간거점을 통해 ‘중국 포위망의 군사적 이익’을 거두어 갈 것이다.
3)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아낸다
미국 정부는 오래전에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미 주한미군의 ⅓이 철수했고 나머지 육상부대도 되도록이면 빨리 철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육상병력은 거의 철수하고 주한 미 공군 중심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기지의 상당수를 폐쇄하는 게 상식인데, 이런 상식을 뒤엎고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면서 막대한 군사이익을 얻으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 시대에 어울리는 기지 통폐합을 과감하게 한다면 굳이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LPP(연합 토지관리 계획; 주한미군 기지 통폐합)에 따른 평택 기지의 신설이 불필요할 것이다. 펜타곤이 주한미군의 과감한 감축을 생각하면서도 거대한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강행하는 모순 속에서 세 번째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주한미군 추가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그에 따라 평택기지 확장될 경우 ‘시설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양국의 합의이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기지 확장이 강행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평택의 기지가 새롭게 확장된 다음 그 기지에 주둔할 병력이 없거나 잠깐 동안 주둔하고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영재 「미군병력은 줄여도 기지는 늘린다?」『평화 만들기(http://www.peacemaking.co.kr)』231호].
이처럼 주한미군 철수계획과 정반대로 평택에 거대한 기지를 신설하여 과잉시설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의문을 푸는 암호(code)는 미국 군 · 산 복합체의 자본 확대 재생산 방식에 있다. 미국 군 · 산복합체는, 변덕이 심한 안보전략 수정의 최대 수혜자이다. 미국의 핵전략 · 국방전략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주문받아 납품한 군수업체가, 몇 년 뒤에 또 다른 전략이 등장하면 그에 걸맞는 무기를 새로 납품하여 돈 방석에 앉는다. 핵전략의 변화에 따라 단탄두 핵무기를 만들었다가 이내 해체하고 다탄두 핵무기를 새로 만들어낸다. 냉전시대에 대륙간 핵무기가 유행일 때는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들여 ICBM을 만들고, 탈냉전시대의 총아로 미사일 방어망(MD)이 등장하면 ICBM을 없애고 MD를 구축한다. ICBM을 해체하는데도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고 MD망을 구축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국방비가 든다.
낡은 무기를 부수고 신종 무기를 개발하는 2중의 무기수요 창출을 통해 거대한 국방예산을 따내는 귀재들이, 미국 군수업계를 주무르고 있다. 이 귀재들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기재고의 정리 · 신무기 개발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켜 신종무기 개발비용을 뽑아낸다. 이들을 '죽음의 상인'이라 부른다. 이들 '죽임의 상인'에 의해 제국 '미국'의 안보전략-무기발전의 조율이 이루어진다.
안보전략의 발전과 무기발전은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처음에는 바늘(안보전략을 만들어내는 펜타곤)이 실(군수업계)을 규정하지만, 나중에는 실이 무기를 규정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 · 산 복합체가 형성되면서 펜타곤과 '죽음의 상인(군수업계)'이 유착한다. 이 유착관계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유착한 ['펜타곤-죽음의 상인'의 유령]이 '대한미국(大韓米國; 대한민국이 아님)'의 평택 땅을 배회하며 GPR의 미명 아래 대추리 농민들의 땅을 갈취하려한다. 대한미국의 국방부를 앞세워...
평화의 땅 대추리를 전쟁의 땅으로 만들고 대추리 농민들을 죽을 지경으로 내모는 미국의 '죽임의 상인들'과 펜타곤. 이들 '악의 축'은, GPR의 차원에서 전 세계 미군기지의 갱신 · 최첨단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LPP의 이름으로 추진중이다(LPP도 부족하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확대 LPP’인 셈이다).
그런데 LPP를 확대하면 할수록 미국 군수업계가 차지할 돈 방석의 면적이 넓어지게 되어 있다. LPP가 엄청난 군사적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낡은 미군기지(서울 이북의 미 2사단 기지)를 없애고 대체기지를 다른 곳(평택)에 세우는 과정에서 2중의 수요가 생겨난다. 기존의 기지를 없애는데도 돈이 들고(한국에 반환하는 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비용 · 기지 이사 비용 등), 새로운 기지를 만드는데도 돈(평택의 신설 기지 건설비용)이 든다. 기존의 미군기지를 없애거나 미군기지 신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의 제공자는 물론 한국정부이다. 한국정부가 그냥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굽실거리며 백지수표(?)를 건네주므로, 미국은 손 안대고 코를 푼다.
펜타곤이 한국정부에 안보전략(GPR)을 통보하면서 평택에 미군기지를 신설하라고 명령(?)하면, 한국 정부가 군 · 경을 동원하여 곤봉과 불도저로 밀어붙이므로 미국은 관망하기만하면 된다. 한국 정부가 갖은 비난을 무릅쓰고 불도저로 다져 놓은 미군기지 터의 면적과 미국 군수업계가 앉을 돈 방석의 면적을 비교평가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한국과 똑같이 미군기지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낡은 주일미군 기지를 자위대에 돌려주는 대신 새로운 최첨단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그 자금을 일본정부에 부담시키고 있다. 미국정부의 의지에 따라, 오키나와의 후덴마 기지를 일본정부에 반환하고 헤노코에 새로운 최첨단 기지를 세우려 한다. 또한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의 기능과 해병대 병력을 괌(Guam)으로 이동하여 괌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하려 한다. 미국 영토인 괌에 오키나와 해병대 병력을 이전시키는 총비용 103억 달러 중 61억 달러를 일본 정부가 충당한다.
한마디로 알 먹고 꿩 먹는 일이 주일미군 재편과정에서 생기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아랫돌(낡은 기지; 후덴마 기지)을 빼서 윗돌(헤노코의 새로운 기지)을 괴면서 알을 먹고, 괌에 미군기지 신설한다며 꿩도 먹으며 일본의 국부 260억 달러를 2중으로 빼내고 있다. 물론 미일 동맹의 재편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미동맹 재편'이라는 미명 아래 평택 미군기지 신설을 한국정부에 강요하고 있다. 일본이 미일동맹의 재편을 위해 수백억 달러를 미국에 바치고 있으니, 한국은 한미동맹의 재편을 위해 일본에 버금가는 돈을 미국에 헌납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백지수표를 건네주어야할지 모른다. 이게 한미동맹의 처절한 댓가이며 제국 '미국'에 바치는 현대판 조공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하위 동맹을 통한 헌납 · 조공 · 수탈 체계는, 제국 ‘미국’이 군사적으로 잉여를 창출하는 방식이며 미국 자본주의의 군사적 생존방식이다.
이처럼 하위 동맹자인 한국 ·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펜타곤 · 미국 군수업계)에 알(평택 미군기지 · 헤노코 기지 신설)도 먹여주고 꿩(주한미군 주둔비용 · 오키나와 해병대 의 괌 이전비용 부담)도 먹여주고 있다. 이 알과 꿩을 합하면 어지간한 국가의 1년 예산이 될 것이다. 이 엄청난 돈이 에누리 없이 미국 군수업계의 금고로 들어가 미국 자본주의 · 전쟁경제 체제가 확대 재생산된다.
미국 자본주의는 평택 · 헤노코를 군사적 수탈의 최전방 기지 · 신종 식민지(군사적 식민지화를 위한 Enclave)로 활용하면서, 한-미 FTA(자유무역 협정) 등을 통한 경제적 수탈을 병행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안보(평택의 식민지화)와 경제(신자유주의 · FTA)가 상통하므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 한미 FTA 반대투쟁이 상통한다.
* 한국군의 동향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필요하다. 대추리(평택) 사태와 관련한 친미군맥의 동향을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매우 위험한 군사적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게임은 노무현 정권의 정권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청와대 · 국방부 강경파의 위험한 강경책이 5월 4일의 군 · 경 강제진압으로 나타난 듯한데, 이들의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노무현 정권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대추리(평택) 사태가 5월 13~14일의 대규모 항의집회를 통해 광주항쟁 정신의 계승으로 연결됨과 동시에 한미 FTA 반대운동 전선으로 이어지면, 미국반대의 불길이 치솟아오를 것이다. ‘정치 IQ’가 낮은 강경파 관료들의 작품이 미국반대 운동 잘 되도록 풀무질 해주는 꼴을, 상전(미국; 네오콘을 제외한 세력)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5. 곤봉과 불도저에 의한 토지강탈
* 대추리 사태는 오키나와 농민의 땅을 ‘총과 불도저로 강탈’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평화 만들기』224 · 225호의 ‘오키나와에 평화를’ 참조]. 한국의 경우, 오키나와에서처럼 총을 들이대고 땅을 빼앗고 있지 않을 뿐이다.
6. 민주주의의 후퇴
* 군대가 등장하여 민간인의 집회를 해산시킨 것은 ‘1980년 민주화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군부가 등장한 역사적 사실’을 연상케 한다. 군대가 민간인의 집회를 해산하는 것은, 민중의 혁명적인 집결 · 민중봉기 · 내란 등이 아닌 한 삼가야 할 군부의 덕목이다. 특히 군대와 민중이 충돌한 ‘불행한 역사’를 지닌 이 땅에서, 군대가 방자하게 등장하여 민간인의 시위를 강제 진압한 사태가 개혁정권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민주화 운동의 열매를 따먹고 있는 노무현 정권 스스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1980년 5월로 되돌리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대추리의 황새울 들판에 진주하고 있는 군대의 원상복귀를 주장해야한다.
7. 주민들의 정신적 공황(panic)
* 평화롭던 대추리 마을에 난입한 군 · 경의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떨리는 주민들의 공포심 · 정신적 공황(극도의 panic 상태)에 대한 정부의 배상이 있어야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대책위 차원에서 주민들의 심리적 공황을 치료하고 있는데, 정부의 치유대책은 없는 듯하다. 정부쪽 말을 듣지 않는 대추리 주민들은 비국민(非國民)인가?
8. 국가안보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
* 대추리 사태는 국가안보의 횡포를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이다. 국가권력의 군사적 외화물인 군대가 공격목표(대추리 초등학교)를 점령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군대가 대추리 주민의 안위를 짓밟은 것이다. 대추리에 사는 국민(대추리 주민) 개개인의 개인안보 · 인간안보(human security) · 민중 안보를 유린한 것이다. 대추리 사태를 통해 국가안보와 인간안보의 대립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9. 평화이론의 적용 가능성
* 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가운데 대추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우선 아래와 같은 관점을 제시한다;
1) 인간안보 · 민중안보를 근간으로 하는 평화연구의 입장에서 대추리 사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추리를 에워싸고 있는 3중의 폭력장치 즉 경찰 · 한국군 · 미군의 포위망을 그들 스스로 풀거나 자진 해체해야 한다. 3중의 폭력장치 스스로 해체를 거부하면 민중이 나서서 해체시키는 지난한 과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2) 대추리를 중심으로 대립축이 형성되어 있는 '민(民)-군(軍) 관계'의 평화적인 이행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창립을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협의기구 창립을 거론하기에 앞서 민(民)-군(軍)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시급하다.
3)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분쟁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방법인 Transcend(분쟁 변환 · 상생 · 초월)를 대추리(평택) 사태에 적용하여 대안(평화적 해결방안)을 강구할 수 있나? 갈퉁의 Transcend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Diagnosis(진단)-Prognosis(예후)-Therapy(치유)’과정을 거쳐야하는데, Diagnosis를 위한 기초적인 대화마저 불가능한 대추리 사태(평택 대책위 · 국방부의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은 5월 4일의 강경진압)에서 갈퉁의 방법론은 무력한 게 아닌가? 갈퉁의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한 '(후기)식민지 국가권력의 폭력'을 지양하는 힘(민중 권력)을, 갈퉁의 Transcend 방법론과 다른 이론 틀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이 타당하다면, '(후기)식민지 국가권력의 폭력'을 지양하는 가운데 '평화지향적인 민중 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평화이론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4)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한국쪽 '군(軍)-산(産)-정(政) 복합체'와 미국쪽 '군(軍)-산(産)-정(政) 복합체'의 연계 · 유착 관계]를 분석한 다음에, 이를 대추리의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5) 주한미군 재편의 현장인 대추리와 주일미군 재편의 현장(오키나와의 헤노코, 이와쿠니, 쟈마 등)을 연결지어 '한미동맹 · 미일동맹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이 연결고리가 북한 붕괴를 위한 전략과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파악해야한다. 한국의 대추리와 오키나와의 헤노코가 '악의 축' 북한을 타도하는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이 되어가는 현상을 간파해야한다. 새로 들어설 대추리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한미동맹 · 미일동맹의 일체화를 통한 북한붕괴 전략'이 수행될 가능성을 타진해야한다. 만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평화운동의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6) 대추리 주민 중심의 민중 안보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지양하는 이론 · 실천의 접맥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7) 인간안보 · 민중안보의 핵심주제인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을 근원적으로 제기해야한다.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평화적 생존권을 하위 법규가 유린하는 모순을 척결해야한다. 평화적 생존권의 본질인 '민중(대추리 민중)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생명평화 운동의 지평을 구축해야한다. 이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대추리 주민들의 정신적 공황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10. 맺는 말
* 앞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정부쪽도 대추리 사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미국측과 주한미군 재편을 에워싼 재협상에 임해야한다.
* 끝으로 곤봉과 불도저로 대추리 농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출처 : 평화만들기 (www.peacemak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