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사격 이스라엘군인, 유죄판결

민간인사격 이스라엘군인, 유죄판결
 
[세계일보 2005-06-28 11:03] 
 
“탕!”
2003년 4월 1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 구역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근처에서 뛰어놀던 한 아이가 쓰러졌고 한 청년이 다급하게 아이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그 청년은 이어 발사된 총알에 머리가 관통된 뒤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는 영국 출신 ‘국제연대운동’ 소속 평화활동가인 토머스 헌덜(당시 22세)이다. 그는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아홉 달 뒤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총을 쏜 사람은 이스라엘 저격병 와히드 타이시르 병장. 그는 사고 직후 “통행금지 구역에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총을 쏘아대는 한 남자를 쐈을 뿐이며 그 남자 머리 약 10cm 앞을 조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당국 역시 영국 정부의 증거나 자료 제공을 거부했으며 현지 조사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2000년 9월 인티파다(민중 봉기) 이후 지난달 11일까지 이같은 조준사격으로 민간인 1856명을 살해(팔레스타인 인권단체 ‘팔레스타인모니터’ 통계자료)했으나 단 한 명의 군인도 재판에 회부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정의’는 살아있었다.

타이시르 병장이 재판에 회부돼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애쉬켈런 군사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에게는 헌덜 살해와 거짓 증언, 군인 품위 훼손 등 6개 혐의가 적용됐다. 형 확정 공판은 다음달 5일 열릴 예정이다.

타이시르 병장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는 헌덜 부모의 노력이 컸다. 아버지 앤서니는 사고 현장이 찍힌 사진을 입수해 헌덜이 군인이 아닌 외국인임을 나타내는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그가 통행금지 구역에서 100m나 떨어진 곳에서 저격당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또한 앤서니는 당시 목격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해 50쪽 분량을 보고서를 작성, 이스라엘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앤서니와 조슬린 부부의 노력으로 ‘과실치사’로 정리될 뻔한 헌덜 살해 사건은 군사법정으로 이어져 재판부가 이날 타이시르 병장의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지켜본 헌덜 아버지는 이날 AFP통신과 BBC방송 등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게 된 팔레스타인 상황이 우려스럽다”면서 “이번 판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최소한의 죄책감을 갖고 응당한 벌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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