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화해와 우정을 위한 장학사업 보고서

베트남 장학사업 보고서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꿈날개를 달아줍시다

정귀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베트남 전쟁에서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한사람의 가족이 있습니다. 그 가족은 베트남전에서 아버지이자 남편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흘린 피의 대가로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고, 가족들을 위해 기꺼이 전쟁터로 떠났던 젊은이들은 상처투성이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5살이었던 딸이 40살이 되던 2007년 봄, 그 가족은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베트남에서 아버지를 기억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논의 끝에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을 넘어 역사적 화해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지역이 있었던 중부지역에서 베트남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장학사업을 하기로 하고, 가족들은 작은 장학기금 (故박순유 한-베 평화 장학기금)을 조성했습니다.

2007년 여름, 고인의 전사지로 추정되는 베트남 중부 빈딩성의 여러 곳을 방문하고, 그 중 가장 어려운 마을 두 곳을 선택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사업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늘도 감동하였는지 2010년 박순유님이 돌아가신 전사지를 찾을 수 있었고 가족들이 참여한 조촐한 위령제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온 마을의 관심사였던 장학사업은 장학생이던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아이들의 미래가 고민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화해와 우정을 위한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을 초대하여 고등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으로 확대하게 되었고, 장학생 중 대학 진학생도 생겼습니다.

순조로웠던 장학사업은 2013년 베트남 정부의 해외 NGO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 NGO 등록 절차를 밟으며 5년간 진행한 푹호아사에서의 장학사업을 마무리하고. 장학사업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새로운 지역에서 장학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2014년 봄 답사를 거쳐 한국군에의한 민간인 피해가 참담했던 빈딩성 떠어빈사에서 장학사업과 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장학사업에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故박순유님 가족에 이어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조합원들과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이주민들도 장학사업에 참여하였고, 아직 상수도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상습적인 침수로 깨끗한 물이 가장 절실한 아이들을 위해 마을에 정수시스템 설치사업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걸음씩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치루어진다 하여도 전쟁은 언제나 평범한 이들의 삶을 파괴해 왔습니다. 늦었지만 진심을 담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날개를 달아주려고 합니다. 가족의 고통을 성숙하게 이겨나가고계신 故 박순유님 가족과 이 땅의 또 다른 박순유님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 사업에 소중한 마음을 모아주신 후원인 여러분들께 이 보고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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