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중주는 가능할까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중주는 가능할까
[인권프리즘] ‘커피우유와 소보루빵’에서처럼 될 수 있다면

이지은 기자

카를린 필립스 작가가 쓴 커피우유와 소보루빵이라는 책을 얼마 전 펼쳐든 적이 있다. 이 책은 유럽 민족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상징하는 소보루빵 보리스와 이런 폭력 속에서수모와 혼란을 거듭하는 이주민 2세를 상징하는 커피우유 샘, 두 어린이의 일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독일 사회 내 만연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 앞에서 아프리카계 소년 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깜둥이라고 놀림을 받고, 심지어 극우주의자 청년들이 집안으로 던진 화염병 때문에 손에 화상을 입기까지 하지만, 그저 사람들은 동정은 선뜻 내주지만, 진심으로 샘의 아픔을 포옹해 주지는 못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샘은 소보루빵을 연상시키는 흰 피부에 주근깨가 난 보리스의 놀림을 쉴새없이 받아야 했다. 그 둘은 영원히 친해질 수 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명한 선생님과 우정어린 친구가 등장하면서, 그 둘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또 못된 어른들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들이 하나 둘 만들어진다. 마침내 서로의 소중한 존재를 깨달은 이 두 어린이는 반 전체가 참여하는 오케스트라에서 하나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공동연주를 계획한다. 화상입은 샘의 한 손을 보리스가 대신함으로써 그 둘은 완벽히 한 몸처럼 연주를 해 냈고, 불안과 긴장속에서 지켜 본 청중들도 결국엔 한껏 감동을 선사받게 되면서 끝맺는다.

가벼운 아동 소설쯤이라 여기더라도 너무 쉽게 화해의 물꼬가 트이는 것 같아 달콤한 감동 보다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헛헛한 소감이 찾아든다. 인식의 전환이 이렇게나 쉽게 이루어진다면야, 이렇게 간단하게 그간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적지않게 허무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마지막 느낌이 이것만으로 전부가 아니었다.

검은 손과 흰색의 손이 건반위에 올려져 있는 마지막 장면의 삽화는 이 소설에 대한 회의주의적 단상을 일시에 제거해 주는 명화가 되고도 남았다. 현실에서 쉽게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간절한 내 소망이 소설내용을 떠나서 지금 이 삽화를 통해 모두 표출 될 수 있다는 것도 예술의 자랑거리는 된다.

아, 어느 새 내 머릿속은 이들이 더 이상 샘과 보리스가 아닌 어느 팔레스타인 아이와 이스라엘 아이라는 상상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사람만이 칠 수 있는 피아노 앞에서 그 두 아이는 사이좋게 나누어 앉아 상반되는 색을 가진 각자의 손을 하나씩 앞으로 내뻗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행복하게 활짝 웃는다! 상상의 순간에 마음이 울렁였다.

하지만 곧바로 현실을 마주하고 나면 암울하고 불거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하마스를 자신들의 정치적 대표세력으로 지지를 모으던 날, 세계 주류 언론들은 굳을대로 굳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급들의 얼굴들로 화면을 꽉 채웠다. 그 다음에는 하마스 지도자들의 강경 발언들을 적절히 편집해서 넣은 뒤 긴장감이 넘쳐 흐르는 불안한 정세를 연발했다.

언뜻 보면 하마스 권력 장악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악마들의 반란처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기반 강화를 부추기는 표리를 남기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더 강열하게 솟구쳐야 할 의구심이 무엇이어야 할까.
중재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수렁은 어디서 출발했고 그 수렁마저도 누가 주도하고 있나.

한쪽은 군사적 기반으로는 최강대국에 속하고, 한쪽은 점점 길을 잃은 대항폭력이 성한 그 곳에서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야 하나.

양쪽 모두 자멸의 길에서 벗어나 화해의 이중주를 연주하길 바라는 어떤 이의 생각은 그저 공상으로 끝날텐가.

지난 70여년이 넘도록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살해, 수탈, 납치, 고문 그리고 끝도 없는 학살의 과정을 거쳐 와야 했다. 지금도 나아진 상황없이 자신들의 걸음을 조준하고 있는 이스라엘 장갑차 앞에서 오금이 서리도록 서 있어야 한다. 그 앞에서 그들은 뭐라도 소리치고 싶어서 혹은 어떤 생각이라도 보여주고 싶어서 돌을 집어 던져왔다.

그런 돌들이 모이고 모여서 97년, 2000년에는 인티파다가 되기도 했고, 올 2006년에는 하마스의 총선 승리라는 결과까지도 이르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폭격과 고문으로 죽는다든지, 고립장벽에 갇혔다가 결국 추방당한다든지 이같은 비참한 삶에서 어서 빠져 나오고 싶다는 연대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목이 쉬어라 외치고 있다.

이지은 경계를 너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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