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지원사업 현지답사를 다녀와서
정귀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대표)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아시아의 가난한 민중에 대한 지원사업의 하나로 캄보디아 의료지원사업을 검토하면서, 현지 사정이 어떤지 직접 눈으로 보고 그 곳에서 활동 중인 NGO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활동을 하면서 어떤 고민들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현지 답사 성격의 여행이었다. 방문단은 캄보디아 지원사업의 중심에 서 계신 이윤벽신부님과 의료전문가 조현장님과 안양숙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운영위원 김상범님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 베트남의 호치민시를 경유하여 캄보디아로의 5박 6일간의 일정동안 이루어졌다.
이번 캄보디아 답사의 5박 6일간의 짧은 일정(한국에서 오가는 시간을 빼면 정확하게 3일을 캄보디아에 머물렀다)이 마치 3주쯤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진 것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상처투성이인 캄보디아에 기꺼이 삶을 바친 아름다운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과 그들이 빚어내는 인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받은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아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의미 있는 곳을 방문할 수 있었고, 또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예수회 소속의 강인근, 오인돈 두 신부님 덕분이었다. 우리의 답사여행은 두 분이 그 곳에서 이루어놓은 깊은 신뢰를 딛고 다닌 길이었다. 두서없이 산만하기만 한 우리 일행을 위해 전체 일정조정과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오인돈신부님과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헐어 우리 일행을 끌고 멀리 바탐방까지 동행하면서, 즐거움을 안겨준 강인근신부님께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고마움을 안고 돌아왔다. 캄보디아를 떠나자마자 그 곳이 그리워졌고, 지금도 눈을 감으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선한 미소가 별처럼 가슴으로 쏟아진다.
이번 캄보디아에서 방문했던 곳은 크게 두 도시, 수도 프놈펜과 서북부에 위치한 바탐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캄보디아 전체 인구 1,200만 명 중 10%인 12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수도 프놈펜에서 방문했던 곳은, ‘Jesuit Service Cambodia’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재활센타, 도시빈민촌 Anlong Kgnam (프놈펜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교, 보건소 및 현지 활동 센타의 Maryknoll Project, 테레사수녀가 속했던 ‘사랑의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에이즈센타 등이다. 프놈펜에서 차로 4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바탐방에서 방문했던 곳은, 한국 원불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의료센타, 가톨릭 바탐방교구 성당 내 재활센타, 전쟁피해자를 위한 Emergency Hospital이었다.
강인근신부님이 내게 말했다. ‘인간을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것도 인간이고, 그 상처 입은 인간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것도 인간이라고. 그리고 인간을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이들은 소수이지만, 인간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고.’
2002년 3월, 미국의 침공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 난민이 되었던 아프간인들의 난민촌에서 잠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깊은 괴리감과 참담함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그 사이 한국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자신만의 삶과 한국의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의 삶과 한국을 벗어난 아시아와 세계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선한 뜻을 가진 많은 이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리라 생각한다. 캄보디아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그리고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은 꼭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나는 많은 한국인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또 그렇게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