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느 해보다 일찍 우기가 시작된 듯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립니다. 며칠 째 밤에 비가 내리고 비와 함께 거센 바람이 함께 붑니다. 아침에 마을을 둘러보면 튼튼하지 못한 집들이 강풍으로 피해를 입거나, 밤새 내린 비로 물에 잠긴 집들이 많습니다. 쓰레기가 넘치는 구정물 속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며 해맑게 인사하는 모습은 참으로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해마다 우기에는 물난리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흙을 사서 집 바닥을 높입니다. 그러면 우리 집으로 흘러들어 넘치던 물이 바닥을 높이지 못한 다른 집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면 그 집도 다시 바닥을 높입니다. 그렇게 집들이 바닥을 높이면 이제 길이 물에 잠깁니다. 그래서 길을 정비하면 집들은 또 다시 물에 잡깁니다. 하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인들이 집 바닥 높이는 경쟁으로 각자 알아서 수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나마 흙을 사서 바닥을 높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집들은 물에 잠기고 그 물속에서 놀던 아이들은 아프고, 모기가 들끓고 그러면 또 모기로 인한 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지금 뽀이뻿은 빠른 속도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700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뽀이뻿 전체가 봉쇄되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뽀이뻿 안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봉쇄 구역인 레드 존이 발표가 됩니다. 오늘은 저희가 살고 있는 인근 마을들이 레드 존으로 지정되었고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다행히 지난 이틀 동안 장학생 가족들에게 쌀과 라면 등을 전달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여러 모로 어려움이 크지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애쓰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이미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캄보디아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