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파병이 과연 국익인가

박광주(아시아평화인권연대 자문위원,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21세기가 평화의 세기가 될 것을 희구했던 세계인의 기대는 9.11테러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연이은 이라크침공에 의해 여지없이 무산되었다. 특히 이라크의 주권을 힘으로 유린한 대규모침략전쟁은 국제사회에서도 비난받고 있다. 유엔을 무시한 채 전쟁을 개시할 수 밖에 없었던 미국은 전쟁의 뒷처리 역시 국제사회의 외면속에 홀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정작 전쟁종결이 선언된 이후의 공식적 미군사상자-용병으로 참여한 미국보안회사의 민간인들의 경우는 제외하자-는 전쟁기간의 그것을 이미 배이상 넘어섰고, 베트남전쟁의 재현이 될 것-당시의 수렁이론을 상기하자-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성을 띠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그나마 미국의 요청에 의해 파병하기로 약속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들마저도 터키의 공식적 파병계획철회와 더불어 이런 저런 핑계로 파병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유독 한국만이 예외인 채.

이라크파병과 관련한 작금의 제반 논의들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현실론과 원칙론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현실론을 다시 간단히 요약한다면, 힘있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원칙론의 경우엔, 명분 없는 침략전쟁을 거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나 보수언론, 그리고 기득권층에서는 단연 현실론이 앞서고 있으며 이들 현실론자들은 원칙론의 “순진성(나이브떼)”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권력과 거대 정당, 그리고 거대 언론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심지어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급조된 시민단체에서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 현실론자들은 국민여론의 퍼센티지와 무관하게 파병과 관련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교문제의 전문가연하는 이들 현실론자들은 파병하지 않고 미국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경우 한반도에 안보위기가 야기될 것-주한미군의 감축또는 재배치, 미국의 대북강경책탓으로-이며, 그 결과 외국인투자여건의 악화-전후복구참여로 인한 경제적 이익운운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 주장한다.

현실론자들의 파병논거는 과연 현실적합적인가. 주한미군의 존재를 한반도중심적으로 보는 이들의 논리의 기저에는 북한을 비합리적 무력도발자로 규정하고 미국을 수호천사로 보는심리-한미혈맹론이 좋은 예이다-가 있다.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전략이 대동북아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비파병시의 안보위기론은 현실적 논거가 취약하다. 파병불가피론을 강변하는 현실론자들의 입장은 차라리 “힘있는 자가 옳다고 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는 희랍시대의 소피스트 트라지마쿠스의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미국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려하는 이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나 따르는 것이 옳다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있다. 그러한 사고방식에는 국익을 위한 협상과정으로서의 외교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협상이란 아예 불가능하다는 체념에 젖어있기에.

이 시점에서 진정한 국가이익이란 과연 무엇인가. 힘의 우위에 입각한 침략전쟁은 용납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과 함께 하고, 강대국에 의한 무력적 지배를 이미 경험했던 나라로서 오늘날 이라크민중의 자주의지와 함께 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여하한 형태의 무력충돌에도 명분을 주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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