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경 선(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십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산천수목이 바뀌면서, 환경도 바뀌고 그에 따라 인심도 변화해 간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은 아주 큰 변화를 한 것 같다.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군부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문민정부와 국민정부 그리고 참여정부로 문민에 의한 정치가 계속된 것이다. 시민의 참여활동이 늘어가고,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동시에 우리의 주변환경도 크게 변화하여 냉전시대의 종언과 국제화와 정보화시대가 뚜렷하게 다가왔다.
아시아로 보면 중국과 인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가 많기로 유명하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두 나라는 무조건 잘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된다. 이 두 나라가 잘 살지 못하면 그것은 곧 인류의 불행이요, 우리의 희망을 깜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들어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인도 또한 괄목할만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주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물론 이런 성장 속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악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 나라의 빈곤층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들 국가가 잘 살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나라들의 주변에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우리로 말하면 중국과 접하고 있으면서 분단의 환경에 처하고 있다. 통일은 올 듯 말 듯 하면서 일정한 먼 거리에 서있다. 주변의 강대국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가 바라는 방식의 통일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든 통일은 자주적으로 멋지게 실현시켜야 할 우리의 과제이다.
제3세계로서는 드물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는 이런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디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통일을 통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결합시키고, 통일이후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의 나라가 힘의 각축전이 아니라 평화의 각축전을 벌일 수 있도록 한반도 주변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평화는 이 시대의 최고의 주제로 삼아서 무방할 것이다. 과거의 평화는 상대적인 평화 즉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은 용인하는 평화였으나, 21세기의 평화는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절대적 평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는 결코 달성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원칙을 우리는 관철해야만 한다.
이런 기대가 전혀 실현불가능한 꿈으로 남을 것만은 아니다. 그 가능성은 실제로 주어져 있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달려있다. 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다. 엄청난 문제의식이 국내외적으로 쏟아져 오고 있고, 이것을 우리는 감당해내야 한다. 먼저 오랫동안 군부정권과의 마찰과 저항 속에서 자라온 자기 마음속의 적개심과 호전성(militancy)부터 청산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