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피폭자를 지원하는 운동을 전개해왔던 지은이 이치바 준코는, 전체 한국인피폭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합천 출신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일제 강점기 합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으며,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일본에서는 어떠한 삶을 영위했으며, 피폭 이후 고국에서 또는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해 사료와 인터뷰 등의 자료를 통해 고찰하고 있다.
<<히로시마를 품고 간 사람들>>이라는 원 제목을 번역하면서 <<한국의 히로시마>>>라는 제목으로 바꿔 단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원폭 1세대의 고향이 주로 경남 합천이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하기도하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일제 강점기 이후의 경남 합천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제에 강점당한 식민지 사람들은 지독한 착취와 압제로 인해 먹고 살 길이 막막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혹은 반강제로 히로시마로 끌려가, 군국주의 일본의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혹독한 강제노동에 처해졌다가, 원폭을 맞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온 합천 피폭자들의 절규의 역사이다.
조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일본인 피폭자와 대비, 사회와 국가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했으며 기본적인 의료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65년 체결된 한·일조약 및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국가간 보상문제는 모두 정리됐다고 발뺌하는 일본 정부와 굴욕적인 조약 체결 이후에도 여전히 피폭 자국민들의 삶 따위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한국 정부. 마침내 '과거사 정리'까지 운운하며 피폭자들이 자연 소멸하기만을 기다리는 양국 역대 정부의 '비열한' 행태를 책은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저자가 일본어판 서문에서 “일본은 스스로 20세기 전반에 저지른 크나큰 잘못에 대해 결국 20세기에는 보상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한국원폭희생자추도식) 제단 앞에 서서, 일본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하고 목숨마저 빼앗겼던 수만 명이나 되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어도, 한 사람이라도 많은 한국인 피폭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래도 '살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보상과 원호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을 맹세했다라고 밝히듯 이 책은 한 일본인 시민 인권 운동가가 20여년에 걸쳐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고난에 찬 삶을 추적하고 그들의 절규를 모아 한국민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앞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오른 다지면서 쓴 책이다.
한 가지 꼭 특기해야 할 것은 이 책이 한국원폭2세환우문제해결을 위한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것에 맞춰 한구어판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스스로 이 책을 한국에서 출판하게 딘 원동력을 김형률씨로부터 찾고 있다. 번역자 또한 원폭2세 환우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책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울부짖는 김형률씨와 한국원폭2세환우들에게 바치는 책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