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 이제는 우리가 세상과 함께 가야

이 광 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공동대표,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번 바라봅시다. 한국사회에서는 우리 아닌 우리인 이주 노동자들이 노예로서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고,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이 아직도 우리 앞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애써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고,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인간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북한에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은 이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비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다행입니다. 그래도 적은 수지만 몇 몇 사람들과 단체들이 그들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그들의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비인간적 처사에 같이 아파하고 그 장벽들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얼마나 희망적인지 모릅니다. 북한의 경우도 ‘우리’라는 이유로 그나마 한국 사회의 여러 단체들이 끊임없이 도움의 손을 놓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눈을 잠깐 ‘우리’ 바깥 세상으로 한 번 돌려보면 상황은 참담합니다. 아프간 사람들은 일상화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권리는 차치하고라도 생존할 수 있는 권리 하나 부지하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고, 우리 돈 1만원만 있으면, 어린 아이 1명 한 달간 먹을 것을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배가 고파 울고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이라크 사람들은 한 독재자의 흉포와 포악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미국이 퍼부은 폭탄으로 사람들이 죽고, 행방불명되고, 다치고,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에이즈로 인해 살아가는 일보다 죽어 가는 일이 일상사가 되어 버렸고, 버마에서는 아직도 독재 정권에 의해 민주 인사가 끌려가고, 구금 당하고, 고문당하고 다치고 죽고 하는 일이 아무런 변화 없이 여전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아체에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학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으 80년 5.18 때와 비슷한 처참한 상황입니다.

그들이 우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관심 밖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한국전쟁으로 어렵게 살 때 그들이 우리를 도와 줬고, 우리가 독재에 시달릴 때 그들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주었습니다. 우리의 부모, 형제, 자매들이 그들 나라에 일하러 갔을 때 그들은 자기들과 다른 우리를 자기들과 같이 도와주었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가 그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우리의 조그마한 힘이 모여 세상의 평화가 보장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면 그 세상을 향해 함께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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