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종교와 문화
-이슬람은 삶의 양식이자 종교·정치의 복합체
전완경 (부산외대 아랍어과 교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예수 탄생 2000년을 기념하는 성지 순례 차 작년 2월 이집트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카이로 공항에서 이집트 국민들에게 아랍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 아랍어 인사는 아랍·무슬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누는 것으로 인사말 속의 평화는 하나님(알라)의 평화이기 때문에 가장 아랍적인 표현이며 이는 그들의 평화 애호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 이 표현은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을 다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이미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서구에서 지어낸 말이다. 이슬람 신자는 그 무엇보다도 코란을 더럽히지 않으며 소중하게 집이나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흔히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서 서양의 왜곡된 정보나 지식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슬람 신자는 알라를 믿지 마호멧(무함마드)을 믿지 않기 때문에 예수교와는 달리 마호멧교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며 중국의 회회족이 믿는다고 하여 붙여진 회교라는 것도 타당한 표현은 아니다. 이슬람을 크게 폄하시키고 있는 표현중의 하나가 이슬람은 알라신을 믿는 종교라는 것인데 이슬람은 유일신인 알라를 믿는 종교이지 알라라는 특정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아랍·이슬람권은 소위 명예살인, 차도르 착용, 일부다처제 실시 그리고 사회 진출제한 등 여성의 지위가 매우 열악하고 낙후된 사회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이슬람은 평화 추구 이외에도 타종교에 관용적이었으며, 이슬람교 신자는 인종이나 혈연, 지연에 관계없이 형제애에 바탕을 두어 하나님 앞에 모두 평등하고 사회악을 제거하며 부의 재분배를 통한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슬람은 '알라의 뜻에 순종'하는 의미로 종교의 이름이 되었으며 유일신 알라를 믿고 경배하며 그의 뜻에 순종하고, 최후 심판의 날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을 '무슬림'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은 서기 610년, 예언자이며 사도이신 아랍인 무함마드에 의해 창시되었고, 무슬림들은 무함마드가 알라로부터 인류를 위하여 632년까지 계시 받은 말씀을 모은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과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아간다. 따라서 이슬람은 종교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의 모든 분야와도 밀접하고 다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 그 자체가 곧 이슬람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가지고 있다. 이슬람은 인류평화와 함께 있으므로 인간은 이슬람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해야 옳은 길을 걷는다고 무슬림은 말한다. 또한 종교로서의 이슬람은 앞선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의 가르침을 집대성하여 예언자 무함마드가 제시한 것이기에 인간 행위의 최종 지표란 이슬람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이슬람은 당초부터 모든 삶의 양식이며 종교와 정치의 복합체로서 신자들의 의식구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유교가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보다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기본 지침서이며 이슬람법의 원천인 코란과 무함마드의 가르침(하디스)에는 인간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이 적혀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이 의무적으로 해야 알 다섯 가지 행동은 이슬람의 핵심 기둥으로서 믿음의 실행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첫 번째 기둥은 '알라 이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도'임을 증언하는 신앙의 고백으로 하나님의 유일성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낳아지지도 않았고 자식을 낳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예배는 특히 교우간의 형제애를 고취시키고 평등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셋째, 자카트는 종교세 또는 희사금의 뜻으로 모든 무슬림은 불쌍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수입과 재산의 일부를 지출해야하는 데 이를 통해 희생정신을 길러주고 이기심을 버리게 하여준다. 결국 그 본질은 나눔의 정신에 있다. 넷째, 이슬람력 9월 한달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먹거나 마시지도 않는 단식은 신앙심을 굳게 하고 욕망을 억제시키는 것 이외에 계급에 관계없이 다같이 단식함으로서 인간은 모두 동일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사랑과 형제애를 북돋아 준다. 마지막으로 평생 한번 이상 성지 메카를 일정한 기간동안 해야 하는 순례는 인간의 겸손함을 강조하고, 인종적, 언어적, 정치적 장벽들을 제거하고 무슬림의 만민 평등 사상을 고취시킴으로서 무슬림 사회의 연대의식과 무슬림들간의 형제애를 강화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교회와 국가는 하나이며 불가분이라는 이슬람의 종교 이론은 확고하다. 다만, 국가에 따라 국가 권력에 종교적 권위가 얼마만큼 강조되느냐에 따라 이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코란은 인간의 몸과 정신의 청결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청결을 유지한다는 것은 신앙심이 두텁다는 것이다. 특히, 하루 5회 예배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깨끗해야 함으로 물을 사용한다. 항문은 왼손을 사용하여 물로 닦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악수나 음식을 먹을 때, 선물 등을 주고받을 때는 반드시 오른손만을 사용한다. 왼손은 불결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손님을 위한 화장실에도 깨끗한 물이 준비되어 있다. 이슬람에서 남자의 할례는 의무 사항인데 이와 같은 할례의 목적은 소년의 용기와 남성다움을 시험하기도하나 궁극적으로는 신체의 청결에 있다. 여자들의 할례는 아랍이나 무슬림들의 전통이 아니며 아프리카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
코란은 살인, 도둑질, 기타 다른 범죄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가장 큰 죄악은 부모에게 불복종, 우상숭배, 살인 간통, 고아 재산 갈취, 고리 대금업, 성전(지하드)에서의 탈주 등으로 보고 있다. 가혹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예방적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실제로 범죄율이 매우 낮아서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이다.
외부에서 보는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에 대한 평가는 매우 차갑고 비판적이다. 명예 살인으로 여성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던가, 전근대적인 일부 다처제의 시행, 차도르의 착용 등이 그 비난의 대상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코란은 이미 1400여년 전부터 정신적, 물질적 측면에서 여성의 지위와 남성의 지위를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여성은 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으며, 상속권은 인정되고 있다. 다만 아내에 대해서는 자녀 보호와 양육의 의무 등 가정의 안주인 역할을 강조할 뿐이며 따라서 여성이 무엇보다 가정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이슬람의 전통이 확립된 것이다. 또 코란은 남녀 모두에게 품위 있는 의상을 갖추라고 하였고 특히, 여성에겐 정숙한 모습과 순결을 강조하고 있다. 베일로 반드시 얼굴을 가리라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비잔틴과 페르시아의 관습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슬람권 여성을 상징해 온 차도르의 착용은 여성의 인권 탄압과는 다르며 여성을 차별한다기보다 남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차원의 문화적 관습에 따른 것이다.
명예살인은 일부 지역에서 열악한 사막환경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베두인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러한 명예살인은 비이슬람 국가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음 등 부도덕한 행실의 경우는 처벌을 무겁게 하여 간음을 살인보다 더 불명예스럽게 믿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한 남성이 네 명의 부인까지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는 법적으로 이슬람에서 허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일종의 사회보장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나 모든 아내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매우 엄격한 조건이다. 따라서 현재 실질적으로 이를 즐기며 시행하는 무슬림들은 거의 없다. 아들을 선호하는 사회 풍습상 병 등으로 자녀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의 경우에 그녀의 동의를 얻어 또 다른 부인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복 형제들간의 차별은 없다. 각자 동등한 지위를 갖는 것이 옛날의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술과 도박, 마약이 금지된다. 타인의 약점을 이용한 이윤의 추구는 불결한 행위로 간주되어 지탄을 받는다. 이슬람 경제는 도덕 경제라고 볼 수 있다. 이슬람은 음주로 인한 유익함보다는 그 해독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음주 행위를 처벌한다.
이슬람은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구약에서도 돼지고기의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역시 청결과 인품의 순결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조처이다. 또한 낙타, 양, 염소 등은 고시, 젖과 가죽을 주는 것에 비해 열악한 사육 환경 속에 고기만을 제공하는 등 다른 동물에 비해 쓸모가 적고 쉽게 부패하고 질병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돼지이다. 따라서 돼지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좋지 못할 수밖에 없다. 돼지 저금통을 사랑하는 우리들을 보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무슬림들은 전통적으로 어떤 형태를 조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명체의 조각이나 예술적 표현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생물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신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 사원에서는 기독교나 불교의 경우처럼 생명체의 조각이나 표현대신 코란자구나 기하학적 문양의 아라베스크로 장식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는 서방의 언론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문화상대주의를 경시하는 편견과 오만, 다소 선정적이고 흥미위조의 기사 거리를 찾아서 이를 확대시키고 있으며 이것이 이슬람 문화 왜곡의 주요 원인이 있다고 본다. 서방의 성 문란이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며, 이슬람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서구적 잣대를 찾아보기 힘들다. 622년 무함마드가 메카인들의 박해 끝에 메디나로 이주할 당시 이슬람 신자가 100명도 채 안되었으나 오늘날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이슬람교와 그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