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독도, 카랑 우나랑

인도네시아의 독도, 카랑 우나랑

[아시아 네트워크/ 아시아의 애국주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해군이 툭하면 넘어와 공격하는 술라웨시해
그 바다 영토분쟁의 질기디 질긴 뿌리

▣ 자카르타=아흐마드 타우픽(Ahme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요즘 국경 문제로 부쩍 바빠진 인도네시아 해군은 더 이상 부업거리로 나이트클럽이나 카지노 경비를 설 만큼 한가롭지 않다. 아, 해군뿐만 아니다. 해양수산부와 외무부도 정신없이 바쁘긴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교전 언제 벌어질지 몰라

이들이 전에 없이 바빠진 건 국경을 맞댄 여러 섬들 때문이다. 지난 2월26일,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가 인도네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겪어온 술라웨시해의 암발랏 광구 유전 채굴권을 네덜란드·영국 합작회사인 셸에 넘기면서 해묵은 영토분쟁이 되살아났다. 이어 4월18일에는 인도네시아 장관 셋을 태우고 니파섬에 접근하던 배를 싱가포르 해군이 추격해 큰 소동이 일었다. 4월27일, 싱가포르 무관 이청홍 대령이 니파섬을 놓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싱가포르 외교관들도 니파섬이 인도네시아 영토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여전히 심상치가 않다.

싱가포르와 화해한 닷새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말레이시아와 또 부딪쳤다. 인도네시아의 세바틱 연안 3마일 지점에 자리잡은 술라웨시해의 카랑 우나랑 암초에 수송국 요청에 따라 등대를 짓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을 말레이시아 해군이 습격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노동자들을 때리고 4시간 동안이나 햇빛에 방치했다고 한다.

이 해역에서 말레이시아 해군이 인도네시아 영해를 불법 침범한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해군이 인도네시아 영해 바로 앞에서 사격 훈련을 했고, 올 1월에는 말레이시아 해군이 카랑 우나랑 암초 앞에서 인도네시아 민간 어선을 향해 경고도 없이 사격을 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초계기(B200 Super King)가 인도네시아 영공을 침범하고 같은 해역에서 고속 초계정 두대가 암초를 넘어왔다. 영토주권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군함을 파견하고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넓은 술라웨시해에서 인도네시아 해군이 지킬 수 있는 곳은 ‘정문’ 정도다. 이는 2002년 국제재판에서 판정받은 것으로, ‘정문’은 세바틱섬을 기점으로 하여 시파단섬과 리지탄섬 연안을 두 나라가 서로 영해로 선언한 곳이다. 말레이시아는 이 두 섬을 포함하는 남방 70해리(129.6km) 영해를 선포했고,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의 영토인 세바틱섬에서 직선 12마일 지점을 영해로 선포하면서 결국 두 쪽에 모두 걸치는 축구장만 한 카랑 우나랑 암초가 분쟁터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아직 두 나라 사이에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카랑 우나랑 암초는 전운이 감도는 전선으로 변해 있다.

대말레이시아 공격 선언… 전사 모집까지

그렇게 두 나라가 주고받은 ‘바다의 분노’는 다시 육지로 상륙하고 있다. 이미 암본, 수라바야, 솔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반말레이시아 시위가 벌어졌다. 자카르타에서는 시위대가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봉쇄한 뒤, 말레이시아 국기를 불태우기까지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단체들은 대말레이시아 공격을 선언하면서 전사를 모집했고, 그 전사들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목청껏 외치고 다닌다.

정치판도 거들고 나섰다. 국민대표회의(DPR) 제1위원회는 말레이시아와 영유권 마찰을 빚고 있는 ‘암발랏’ 사안의 국제재판 회부를 거부했다. “암발랏은 의심할 나위 없이 인도네시아 영토다. 왜 국제재판으로 끌고 가야 하나.” 제1위원회 위원장 테오 삼부아가(Theo L. Sambuaga)처럼 국민대표회의는 연일 핏대를 세웠다.

인도네시아는 1957년 주안다 선언(유엔의 해양법 협약이 된)을 근거로 1980년부터 줄기차게 암발랏을 영토로 선언해왔다. 이어 1999년 인도네시아 국영 원유회사 페르타미나는 암발랏 광구 채광권을 이탈리아 ENI에, 그리고 서부 암발랏 광구 채광권을 미국 원유회사 유노칼에 주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당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말레이시아는 최근 두 광구에 해당하는 ND6과 ND7을 갑자기 자신들의 영해로 선언했다. 말레이시아는 시파단섬과 리지탄섬을 말레이시아 영토로 판결한 2002년 국제재판(ICJ)을 근거로 삼았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그 국제재판에서 오랫동안 영유권 분쟁을 겪어온 두 섬의 소유권을 잃었다.

그로부터 두 나라 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최근 암발랏과 카랑 우나랑 암초 분쟁은 해묵은 생채기가 다시 돋아난 사건인 셈이다.

좀더 파들어가 보면, 실제로 이웃인 자카르타와 콸라룸푸르는 인도네시아 반체제 인사들이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마련한 1958년부터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 또 말레이시아쪽에서는 아체를 공격해온 인도네시아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이어 1963년 말레이시아가 영국 식민지였던 사라왁, 사바,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말레이시아연방을 창설하면서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카르노를 극도로 자극했다. 인도네시아는 하루 뒤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영공과 영해를 수도 없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1964년만 해도 말레이시아와 영국은 영공을 54번, 영토를 14번에 걸쳐 각각 침범했다. 이에 수카르노 대통령은 1963년 5월3일 대말레이시아 전쟁을 선언했고, 국제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1964년 1월7일 유엔을 탈퇴했다.

기자에게 공짜밥 먹인다고 해결될까

이런 전통적인 두 나라 사이의 분쟁관계를 되짚어보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암발랏과 카랑 우나랑 암초를 낀 마찰은 새로운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 두 나라가 역사적 경험을 팽개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말이다.

지난주에 만난 말레이시아 외교관은 내게 이런 계획을 귀띔해주었다. “앞으로 당분간 매주 인도네시아 기자 20명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두 나라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그런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움직이는 것이 멈추는 것보다는 낫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공짜밥을 먹이고 유람을 시키는 ‘선전’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 가까운 두 이웃 사이에, 피를 나눈 두 무슬림 형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하찮은 땅덩어리 하나를 놓고 왜 두 나라 시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마음을 열고 나서지 못할까?

인도네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섬들.

1. 론도섬(Rondo Island·아체주) – 인디아와 영유권 분쟁.

2. 세카퉁섬(Sekatung Island·리아우주) –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3. 니파섬(Nipah Island·리아우주) –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4. 베르할라섬(Berhala Island·북수마트라주) -말레이시아와 영유권 분쟁.

5. 마로레섬(Marore Island·술라웨시주)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6. 미앙아스섬(Miangas Island·북술라웨시주)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7. 마람핏섬(Marampit Island·북술라웨시주)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8. 바텍섬(Batek Island·동누사가라) – 동티모르와 영유권 분쟁.

9. 다나섬(Dana Island·동누사가라주) – 오스트레일리아와 영유권 분쟁.

10. 파니섬(Fani Island·파푸아주) – 파푸아뉴기니와 영유권 분쟁.

11. 파닐도섬(Fanildo Island·파푸아주) – 파푸아뉴기니와 영유권 분쟁.

12. 브라스섬(Bras Island·파푸아주) – 파푸아뉴기니와 영유권 분쟁.

자료: by Alex SW Retraubun and Sri Atmini. Ocean and Fisheries Minist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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