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언어교육ㆍ적응훈련 시급”
차명제 교수 동아시아시민사회포럼에서 발표
“이주노동자 문제 장기적 전망과 구체적 계획 필요”
2006/7/21
이홍종섭 기자 leehjs@ngotimes.net
“한국 이주노동 현실 이주노동자 권리보호협약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차명제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는 19일 동아시아시민사회포럼이 희망포럼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차 교수는 이 날 ‘인권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이주노동자 실태’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차 교수의 이 날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1950년부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롯 사회적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국제 협약과 선언에 비준ㆍ서명 했다. 또 1990년에는 사회권 규약과 자유권 규약에도 비준하고 이를 공표했다.
이 외에 직접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국제 협약으로 69차 UN총회에서 채택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ILO의 ‘취업을 위한 이주에 관한 협약’과 ‘불법이주 및 이주노동자의 기회와 처우의 균등 촉진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가 빈번하며, 특히 미등록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차 교수의 주장이다. 또 이러한 인권 보호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재로는 출입국 관리법에 의해 이주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국내 이주노동자 33만7천3백5십여명 중 50% 이상인 18만7천구백여명이 미등록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반면 한국이 일본 등 보다 나은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일본, 이탈리아와 같이 이주민들에 대한 배제와 주변화를 묵인하며 노동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비실제적모델’에 속한다는 것이 차 교수의 주장이다. 또 그는 한국이 독일과 스위스식의 ‘배타적모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타적 모델은 이주자를 철저히 규제된 노동자프로그램을 통해 받아들이며 법적 지위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토착민과는 구분되는 유형이다.
이 날 차 교수가 제시한 구체적인 인권침해 유형으로는 ▲송출비리 ▲훈련부족과 언어문제 ▲작업장에서의 부당 대우 ▲가족과의 격리 ▲임금체불 ▲의료문제 ▲불법노동 등이 있다.
이홍종섭기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차명제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그는 이 날 발표에서 “이주는 인간역사의 한 부분이다”라며 “구체적인 이주노동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구체적 방안으로 인도적이며 인권침해 요소 없는 제도적 장치 마련, 이주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 문화적 공감대와 사회적 연대감 형성 노력, 불법 체류와 미등록자 수를 최소화하는 엄격한 법 집행, 귀국 후 재 적응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베트남 등에서 현지 조사를 해본 결과 “한국어 교육과 적응 훈련 등이 중요하다고 판단됐다”며 “언어 문제로 인해 부적응과 인권 침해 대응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 노력이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도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한국인들의 미숙련 직종 기피 현상, 인구감소와 노령화에 비춰 봤을 때 외국인 노동력은 필수 요소이며, 한국이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견인하기 위한 지적ㆍ도덕적 우월성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21세기 한국의 장기적 발전 전망 속에서 ‘강소국(强小國)’ 실현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 노력이 그러한 전망 마련의 필수적 요소라는 것이다.
한편 이 날 세미나에서는 발표 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선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차 교수의 연구에 대해 “총론 수준의 내용인 것 같다”며 “인권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시아권 이외의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비교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인권운동 쪽의 입장보다 폭넓게 정책 입안 결정자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사회 전체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인 듯 하면서도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권문제에 대한 제기가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더 다각적으로 보아야 인권문제를 정확히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중토론에서는 실재 이주자와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 실무자 등이 발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98년 입국해 이주노동을 경험했다는 네팔인 판타나바라지 씨는 “한국에서는 교역 대상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선별적으로 입국시키고 있다”며 “일례로 석유를 생산하는 사우디 사람들은 많이 받아들이지만 들여올 교역 물품이 별로 없는 네팔 노동자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출과정에서 현지와 한국 브로커들을 둘러싼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미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활동가는 “(오늘 발표 내용이)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문제보다 다소 도덕적 수준에서 제기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남상우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이주노동자 문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담이나 지원 수준을 넘어 주거권 문제 등 실질적 생활 보장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