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침공사태 어떻게 봐야할까

이스라엘 침공사태 어떻게 봐야할까
찬드라 무자파 박사 방한, 성공회대에서 국제 세미나

2006/7/21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가장 깜깜한 밤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

‘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와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는 말레이시아의 찬드라 무자파 박사를 연사로 초청, 20일 오후 2시 ‘이슬람의 관점에서 본 지구화의 정치와 경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는 ‘아시아의 친구들’, ‘경게를 넘어’, 참여연대 등 국제평화운동 단체들도 함께 했다.

20일 오후 2시 성공회대 새천년관 4층 회의실에서는 ‘이슬람의 관점에서 본 지구화의 정치와 경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말레이시아의 찬드라 무자파 박사가 연사로 초청되었다.

17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에서 진행된 청소년 반전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찬드라 무자파 박사는 말레이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슬림 지식인이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한 문명간 대화,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넘어설 수 있는 정의로운 세계질서 구축, 빈곤타파 등을 주제로 한 저서와 논문을 집필해왔다. 그는 또 ‘International Movement for a Just World(JUST)’의 대표로서 평화 국제연대운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레이시아과학대학 교수, 말라야대학 문명간대화연구소 소장, 국민정의당(KeADILAN) 부총재 등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사상자 수나 군대 이동 경로 등 현상적인 보도만 하고 있을 뿐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류하고 학살하는 것이 바로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박탈’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이 박탈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그는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진단한다. “시온주의자들이 1882년경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들어가서 살기 시작했고, 이를 영국의 밸푸어 외무장관이 문서로 공식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태인들은 토지ㆍ조세 정책에 있어서 혜택을 받았고, 이에 항의하는 아랍인들이 1930년 첫 번째 이슬람 봉기를 일으켰을 때 영국은 이를 무자비하게 압살했다.

2차대전 이후에는 이스라엘 건국이 구체화되었다. 그는 “독일의 홀로코스트 경험이 유럽인들로 하여금 사죄하는 뜻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지원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유럽이 진 죄를 팔레스타인 사람이 갚아줘야 하는가” 하고 반문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종교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로쉬 하바시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종교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67년 3차 전쟁은 지배 체제를 확고히 다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은 이때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시리아의 골란 고원 등을 점령했다. 거주할 땅을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지나 주변국 난민촌에 흩어져 살게 된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88년 이후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역, 동예루살렘만 보장해주면 나머지 땅은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런 절박한 요구마저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분명히 팔레스타인 민중을 학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 계속 편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미국의 지지’를 꼽았다. 그는 “미국의 경제ㆍ미디어 부분은 시온주의자들이 장악했다”며 “아이비리그 출신 지식인들 중 20%가 시온주의자라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모두 로비스트가 되면 이스라엘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실제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가 낙선당한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헤즈볼라의 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에 저항하기 위한 무슬림 소수분파의 폭력적 저항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폭력은 그 어떠한 접근법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현재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 세력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서구와 동구를 망라하는 반제국주의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깜깜한 밤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존재한다”며 “지금 상황은 희망적이며 우리는 동 트는 새벽에 놓여져 있는 것”이라고 희망 섞인 바램을 이야기했다.

그는 국제사회 외교ㆍ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럽 정부들이 힘을 합쳐 미국 정부를 압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자원의 상당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의 국가들도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 연합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부에 복종하기를 거부했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 발표가 끝나고 질의ㆍ응답이 이어졌다.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FTA와 버마 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들이 나왔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도 미국과 FTA를 맺는 문제에 있어 민중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고유의 산업과 서비스를 보호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버마 민주화 의제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논의되고 있다”며 “미국이 아웅산 수지 여사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중국이 나서서 해결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이슬람권에서는 왜 민주화가 지체되고 독재정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민주화가 지체된 것은 그 나라 자체에 특수한 문화와 전통적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전통을 유지시키고 있는 그 나라 엘리트와 지도층을 지지하고 떠받쳐주고 있는 것은 바로 서방 사회”라고 답했다. 즉 서방 국가들의 개입 정책이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의 실제 사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4시 반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세미나는 5시 반이 훌쩍 지나서야 끝났다. 찬드라 무자파 박사의 체계적 분석과 다양한 사례 제시는 그가 얼마나 국제 평화를 갈구하는지 드러내주었고 이에 참석자들은 질문과 토론으로 호응했다.

이스라엘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그의 희망 섞인 바램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고종호 기자 kkjh@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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