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일 (부산대 사학과 강사)
외국인노동자문제는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다. 즉 독일 전체인구의 10%에 달하는 외국인의 문제는 독일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가장 민감한 사회적 문제라는 의미이다. 독일외국인노동자문제의 핵심은 외국인노동자가 독일 사회의 이방인-오늘 왔다가 내일 가는 자가 아니라, 오늘 왔다가 내일 머무는 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오일쇼크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로 외국인모집정책이 종결되었던 1973년까지, 외국인 노동자 규모는 거의 2백만명에 육박했다. 외국인노동자 모집중지가 외국인고용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세계경제위기로 인한 대량해고사태의 희생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독일 제조업의 2차 노동시장의 주요한 노동력이 되고 있다. 한때 경제발전의 역군으로 추켜세우던 외국인노동자가 사회의 짐으로 인식되게 될 정도로, 독일 제조업의 쇠퇴와 구조변화노력과 연관되어 외국인고용의 효용성은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외국인고용은 특히 대기업의 저임금, 저기술, 어려운 노동조건, 고용 불안정으로 특징되는 2차 노동시장에 집중되었다. 그것도 사양산업보다는 여전히 국제적 경쟁력이 있었던 기계, 철강, 자동차와 같은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대량생산 중심의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러한 제조업의 생산직은 점점 더 내국인노동자들이 피하는 일자리가 되었고, 또한 제조업의 성장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외국인노동자가 없었다면, 1960년대 독일의 제조업은 인력난 때문에 국내외 시장으로부터 쇄도하는 수요를 다 충족시켜 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인고용이 독일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다.
독일의 외국인정책의 골자는 이러한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의 필요성을 고려한 외국인고용에 있었다. 이러한 성장위주, 노동시장중심의 외국인정책이 현재의 독일 외국인문제를 만들었고, 구조화시켰다. 외국인의 사회적 문제는 흔히 주장하는 외국인노동자나 이민자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 때문도 아니요, 노동시장 필요에 따라 조정, 통제하는 정책의 부재 때문도 아니었다. 노동시장중심의 외국인정책의 전통에서 나온 외국인고용의 조정과 통제, 그리고 고용에 따른 사회문제의 해결에 대한 자신감은 사회문제해결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해가 되었다. 쉬운 사회문제해결은 단지 권위주의시대 강제력으로만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독일 연방공화국은 모집정책 이후 사회적 불안감으로 제한적 외국인정책을 썼지만, 성숙한 민주사회의 토대와 국제적 이미지관리에서 나온 사회적, 휴머니즘적인 고려가 이민정책을 정부가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모순적 결과를 낳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황스러움이 고도성장기 이후 독일의 외국인정책을 특징지어 주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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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5월 월례워크숍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발표문의 전문은 홈페이지의 월례세미나 강의안에 있습니다. 아울러 발표해주신 이용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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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워크숍 '평화와 인권'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는 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2003년 8월부터 매월 1회 회원들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는 월례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통해 바람직한 생각과 실천을 모아나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워크숍은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으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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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워크숍 안내>
6월 14일(월), '한국 이주노동자 유입의 배경과 현황'
이한숙(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운영위원, 부산대 강사)
7월 12일(월), “북한의 개방과 중국의 역할”
김홍수(영산대 아시아 비즈니스학부 교수)
8월 9일(월), “이슬람의 이해”
이종억(야시르) (이슬람 부산성원 이맘)
9월 7일(월), “일본의 과거청산 – 원폭과 강제징용”
김창록(부산대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