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허와 실: 경제학적 관점
권기철(부산외대 비즈니스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자문위원)
세계화를 간단하게 정의하면 자본주의 질서를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화에 대해서 사람들은 몇 가지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화가 국가의 개입주의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와 자유 가져다주고, 가난한 남측 나라들과 부유한 북측 나라들의 화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 것인가?
세계화는 금융 부문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금융 부문은 시장의 국제화가 가장 진전된 곳이고 자본이동이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통화 및 금융의 탈규제 또는 자유화, 각국 금융시장들의 경계 철폐 즉 외환 유출입의 자유화, 외국인 운용자들에 대한 공공 증권시장의 개방, 외국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개방이 이루어진다. 또 다른 세계화의 부문은 국제직접투자를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국적기업을 생각해보자. 다국적기업 (혹은 초국적기업)은 규모가 거대하며, 일국적 기반을 바탕으로 여러 나라에 걸쳐 해외 자회사를 설립하고, 세계적 차원에서 구상된 전략과 조직을 가지는 기업이다. 이것은 모두 일국적 차원에서 대기업을 형성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국민적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국내적 기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자국 정부로부터 받는 도움이 그 전략과 경쟁력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며, 대부분이 그룹 형태를 취하며 오늘날 그 법적 형태는 국제적 지주회사이고 범세계적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생산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투기적 이윤, 시장의 장악을 통해서 얻는 지대, 화폐적 이윤, 서비스의 판매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서비스 부문 또한 세계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 중반과 1970년대 중반에 걸쳐 제조업 다국적기업의 해외투자 물결에 뒤이어 회계, 광고, 경영컨설팅 등 기업서비스부문에서 해외투자 물결이 일어났다.
세계화는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선 세계화는 진입장벽의 철폐와 경쟁의 격화를 가져온다. 진입장벽의 철폐와 경쟁의 격화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적절한 대응이 전제되어야 한다. 투자에 대한 규율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진입장벽의 철폐와 산업정책의 폐기는 무모한 투자로 연결되어 국민경제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도 수렴 및 표준화 논의의 확대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곧 국제적 규범 및 최선 관행(best practice), 즉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립이라는 의미로 파악되는 것이다. 이는 세계경제의 통합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임과 동시에, 국가간 차이를 해소하여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세계화를 가속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또 다른 영향은 기존 사회적 합의의 와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화는 국경을 초월한 경쟁을 격화시키고 자본의 이동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복지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질적 기반을 잠식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화로 인한 국제경쟁의 격화 상황 하에서 경직된 고용관행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필요했으나, 이와 동시에 노동권 보장,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대타협을 이룩하지 못했다.
세계화는 한마디로 영미식 자본주의 제도의 확산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보장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작동원리 자체가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의미에서 결국 질이 나쁘다. 세계화에 따라 이 자본주의가 그보다 훨씬 더 좋은 대안적 자본주의 제도들을 점진적으로 밀어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세계화된 경제는 실물 혹은 기반 경제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혹은 세계경제의 불공평성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적대감으로 인해 자멸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국적기업의 지속과 세계경제의 통합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계화를 하나의 대세로 인정하면서 이에 효과적으로 적응을 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본다. 시민단체들의 반세계화운동은 이러한 방향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 글은 지난 3월 월례워크숍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발표문의 전문은 홈페이지의 인권교육-월례워크숍 강의안에 올려져 있습니다. 발표해주신 권기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