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올해에도,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이광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부산외국어대 교수)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만든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세상에 나온 지 이제 세 해째다. 줄곧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과 캄보디아를 돕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시민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민들에게 평화교육을 해 왔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활동을 하다가 아이러니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전쟁이 그것을 가장 반대하고 평화를 가장 사랑해야 하는 종교와 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가 그렇고 이라크의 경우가 그러하며 그 전쟁들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가 그렇다. 태국이나 필리핀의 경우도 그렇고, 북아일랜드의 경우도 그렇다. 그것은 종교의 근본이 서로 다름을 하나의 전제로 하고 그 위에서 한 쪽은 옳고 다른 한 쪽은 그르다는 것을 또 다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항상 그 안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하여 벌어졌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체첸이나 코소보의 경우가 그렇고 동티모르, 아체, 웨스트 파푸아의 경우가 그러하며 네팔, 쿠르드족, 르완다, 소말리아의 경우가 그렇다. 국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양성하는 것을 제1의 모토로 삼으면서 그 안에서 다른 이웃 국가와 전쟁을 치르는 것을 국민의 기초 의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죽이는 전쟁을 독려하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종교와 국가 그리고 전쟁 이렇게 세 가지를 관통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다. 세상을 둘로 나누어 한 쪽은 옳고, 다른 한 쪽은 그르다는 세계관은 곧 계몽과 정복의 역사를 낳고 그것은 결국 갈등과 분쟁을 낳는다. 우리는 그것이 국가이든 민족이든 아니면 보수든 진보든 그 어떠한 명분이든 간에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부정하는 사고와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오!” 라고 말하여야 한다. 이것을 나누고 실천하는 것이 아시아평화인권모임이 갖는 세 해째 똑같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