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911
사동렬(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자원활동가)
화씨 911도는 섭씨로 얼마가 될까? 약 488도가 된다. 물론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에서 911은 9월 11일에 일어난 테러를 상징하는 것이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9.11에 대한 미국인들의 당황스러움과 그 이면에 가려진 진영화이야기
실을 폭로하는 마이클 무어의 뜨거운 의지는 화씨911도의 열기를 능가할 것 같다. 9.11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오판은 첫째, 미국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당했다와 둘째, 테러조정은 이라크라는 것이다. 무어는 판도라상자를 열어 테러대왕이라는 빈 라덴 일가와 부시 일가의 밀월관계를 폭로하는 동시에 9.11테러범들의 대다수를 차지한 사우디의 왕가를 9.11직후 발빠르고 안전하게 빼돌린 부시의 민첩함을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지내는 한 애국적인 군인가정의 모습과 참전 군인들의 보너스와 건강보험 공제삭감을 제안하는 전쟁승리 부시행정부의 가증스러움을 대비시킨다. 무엇을 위해 그들은 애국을 했는가?
자국의 국경에 관련된 안보는 재정부족으로 삭감하고 허술하게 방치하면서 지구반대편에 있는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석유재벌의 배만 불리고 있다. 슬프게도 전쟁은 결코 가진 자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부시가 국가를 위한 장렬한 죽음의 영예를 말하는 동안 군인 모집원들은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의 고등학생들에게 입대를 종용한다. 기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더 이윤을 남길까 고민하고 그 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자녀를 이라크로 보낸 이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돌파하려는 무어의 서명운동을 통해 관객들은 정치권의 미사여구의 허구를 깨닫게 되며 분노한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까지 온갖 난관을 헤쳐나와야 했으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배급과 상영에 대한 훼방이 오히려 미국에서 다큐멘터리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리게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