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의 산책 – 선택

“감옥에 갇힌 자, 그러나 그것은 선택이었다”
『선택』, 홍기선 감독, 2003

홍기선 감독의 신작 『선택』은 전향서 한 장을 적지 않아서 45년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70년대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루고 있다. 관객은 왜 그가 공산주의자가 되었는지, 감옥에 수감되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스물 일곱 청년에 체포되어 일흔 두 살의 노인이 되어서야 교도소 문을 나설 수 있었다는 것, 그를 감옥에 가둔 것은 그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라는 것, 혹독한 고문과 계속되는 전향공작에도 끝까지 전향을 거부하였다는 것 등을 알았을 뿐이다.

7.4 남북공동성명의 발표 후, 통일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전향공작은 더욱 잔인하게 진행되었다. 급식량을 줄여 굶주리게 만들고, 폭력전과가 있는 죄수를 이용하여 비전향 장기수들을 고문하고, 가족을 앞세워 한 사람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갔다. 영화 속에서 유난히 가슴 시렸던 장면, “아이들이 간첩의 자식이라고 다리에서 밀어 떨어뜨릴 때, 아버지는 어디 계셨나요?” 흐느끼며 원망하는 자식 앞에서 아버지는 오랫동안 지켜왔던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고 다른 비전향 장기수들 앞에서 전향서를 읽어 내려간다.

수감된 지 45년만에 비로소 교도소 문을 나서게 된 김선명씨,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도 꿋꿋했던 그는 아흔이 넘은 어머니를 만나 흐느꼈다.
“내가 이 땅에서 찾을 수 있는 자유는 감옥에 있었다”는 그는 출소한 후 그의 소망대로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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