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와서…
정귀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꼬박 이틀 걸려 도착한 아프가니스탄은 40도를 넘는 열기와 모래바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번 방문은 2002년 9월부터 시작하여 올해까지 3년에 걸쳐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에 설치된 아프간 난민캠프 어린이학교지원사업 (천막학교 전체를 흙벽돌로 재건축)을 무사히 마치고 이후 아프간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계획하면서 현지 및 지원사업을 하고있는 NGO를 둘러보기 위해 6월 15일부터 약 열흘간 이루어졌다.
정적인 난민캠프와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몹시 활기넘쳐 보였다. 지난 20여 년간의 전쟁으로 무너진 건물과 파괴된 도로들에 대해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이루어지는 등 건설사업이 아주 활발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은 활성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내전 중이다. 카불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의 경우 치안상태가 다소 나아 복구사업과 NGO활동이 활발하지만, 오는 9월예정된 총선을 막기 위해 탈레반에서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였고, 탈레반의 주요 거점지역인 칸다하르지역의 경우 외국인과 UN 등 해외기구들과 난민캠프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방정부도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칸다하르지역의 난민캠프 방문을 결정하고, 카불을 출발하여 7시간 걸려 칸다하르에 도착했으나, 현지 상황은 너무 나빴다. 유엔난민기구를 포함하여 현지 NGO 조차 사무실을 폐쇄해야 할만큼 상활이 나빠져 난민들에 대한 지원사업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고, 현지 치안담당자의 만류로 결국 칸다하르에서 난민캠프 방문은 포기해야 했다.
결국 짧은 시간 카불지역을 중심으로 대단히 제한된 지역만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지원활동의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되었다. 우선 내전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제지원사업은 카불 등 안전한 지역중심으로 대단히 제한되고 있고,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이 집중되어 정작 필요한 지역에는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파키스탄 정부와 유엔난민기구는 접경지의 난민캠프를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하여, 귀국난민 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귀국 이후 이들의 정착과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재하여 귀국한 후 오히려 난민캠프에서보다 더 형편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불 시에도 약 10만 명(정확한 수도 파악이 안됨) 정도의 귀국난민들이 무너진 건물에서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재정착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방문한 아프가니스탄이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길은 몹시 무거웠다. 게다가 방문 중에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의 불행한 피랍과 피살사건이 발생하여 이국 땅에서 느낀 참담함 못지 않게 주위 분들께 적지 않은 염려를 끼치기도 하여 죄송스러웠다.
인샬라! 길이 멀고 험한 것에는 무언가 또 다른 의미가 있으리라. 또 다른 과제와 또 다른 의미가 있으리라, 다만 그것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며 길고 긴 귀국 길에 올랐다.
♣ 이번 아프가니스탄 방문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신 JTS(좋은벗들)의 법륜스님과 아프간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선주법사님과 법운법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