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권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 파키스탄 어린이들의 노예 노동

세계노동기구(ILO)의 추산에 의하면 가난 때문에 전 세계 5세 이상 14세 이하의 어린이 2억 5000만 명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 1억 2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매일 전일제로 일하고 있다. 전체 어린이 노동의 70% 이상이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어린이 노동이 증가하는 데는 빈곤, 문화적 요인, 경제의 세계화 현상이라는 원인이 있다. 특히 경제의 세계화 현상은 자본으로 하여금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지 값싼 노동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하였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은 노동 현장에 더욱더 많이 투입되게 된다.

세계의 어린이 노동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것은 파키스탄,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행해지는 농사, 매춘, 카페트 직조, 벽돌 제조 등에서의 어린이 노동이다. 특히 파키스탄의 카페트 산업에서의 어린이 착취는 악명이 높은데 그 참상은 2000년 세계 어린이 상을 수상한 이크발 마시란 이름의 한 어린이의 용기 있는 고발에 의해 세계 전역에 널리 알려졌다. 이크발이 카페트 공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작한 것은 네 살 때인 1987년이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공장으로 끌려간 네 살 박이 이크발은 밥을 굶어가며 하루에 10시간씩 카페트를 짰다. 그렇게 일하고 받은 돈은 한국 돈으로 하루에 겨우 25원. 5년간 노예처럼 일만 했던 이크발은 1992년 공장을 탈출한 후 당시 막 출범한 파키스탄 노예노동해방전선의 한 투사를 우연히 만나 󰡐노동 운동가󰡑로 변신했다. 이후 이크발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어린이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고발했다. 이 덕분에 파키스탄의 대형 카페트 공장 10여 곳이 문을 닫고 수천 명의 아이들이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이크발은 1995년 라호르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리고 그는 5년 후 세계 어린이 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그에게 준 상금은 󰡐이크발 마시 자유센터󰡑를 건립하는데 사용되어 어린이 노동 해방에 기여를 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벽돌 공장에서의 어린이 착취 또한 지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에는 약 7000여 개의 벽돌 굽는 가마가 있고 거기에서 매년 650억 장 정도의 벽돌을 찍어 낸다. 가마 한 곳에서 이삼십 세대의 가족이 일을 하고 있는데 모두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여 노동하고 있다. 바깥 온도는 40도 이상이고 가마의 온도는 130도인 상황에서 반죽한 벽돌을 쌓다 보면 그것이 무너지기도 하고 그러다 그 가마로 조금이라도 빠지면 어린이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곳에서의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선불로 지급한 담보에 의해 가마 주인에 예속되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아내와 딸이 강간당하고 결혼도 못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도망가다 잡히면 가마에 팔다리를 집어 넣다 빼 불구로 만들고 그만큼 빚이 더 늘어나 완전 노예의 상태로 빠진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노동의 부채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영원한 구렁텅이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인권 활동가들의 현장 보고를 보면 교육이야말로 어린이 노동을 근절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교육에는 어린이를 사지에 몰아넣은 그 지역의 사회 통념과 문화에 도전하는 일도 포함된다. 사회 교육에는 캠페인이 매우 효과적이다.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월드비전(World Vision) 등이 주축이 되어 1998년 6개월간 5개 대륙을 돌면서 벌인 󰡐어린이노동을 반대하는 지구행진󰡑은 어린이 노동 해방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또한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실제로 그 법이 집행되도록 시민 단체들이 감시하고 강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거시적인 차원에서 어린이 노동을 발생시키는 사회적인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즉 모든 어린이들을 다 구할 수는 없지만 몇몇 어린이들이라도 유해한 환경에서 구출하여 노동하는 것 이외에 교육이라든지 기술 훈련이라든지 하는 다른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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