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권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 인도의 예속 노동자들의 삶

비옥한 토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 인도의 갠지스강과 야무나 강 사이의 땅. 그 땅을 지평선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를 차지하고 있는 지주들. 그리고 그 지주들에게 속박되어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쉴 새 없이 기계 하나 트랙터 하나 변변히 없는 상황에서 원시적으로 몸으로 농사일을 하는 예속 노동자들.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는 없고 다만 하루에 밀이나 쌀 혹은 콩 1kg 정도가 고작인 그 예속 노동자들. 그리고 그 노동의 대가로 하루하루 원금의 이자만 제하고 갈 뿐 원금은 따로 돈을 벌어 갚아 가야 하는 그 예속 노동자들. 자립과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대가로 하루에 두 끼의 식사를 제공받고 주인 집 안에 기거하면서 가축 사육이나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수백만 명이라고 추정할 뿐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개 부모가 돌아가신 후 부모의 명복을 빌거나 가문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장례를 호화스럽게 치르고 빚더미 위에 오르거나 딸자식 시집 잘 보내기 위해 결혼 지참금을 빌어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때로는 가족이 질병이 들어 그 치료를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진 경우도 있고, 부모가 진 빚을 대물림으로 받아 예속 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들은 대개가 카스트 가운데 가장 낮은 카스트인 불가촉천민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그들 가운데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이 땅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설사 땅을 손바닥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집 안에 우환이 끼거나 재난이 닥치는 경우 그 땅을 저당 잡히게 되고 그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속아 결국에는 그 땅을 빼앗기고 예속 노동자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 예속 노동자들 가운데는 아이들도 많고 부녀자들 또한 많다. 이 가운데 아이들은 매일 새벽 도시로 실려 나가 폭죽 공장, 성냥 공장, 벽돌 공장, 카페트 공장 등에서 일을 한다. 피부가 화상을 입거나, 곪아 터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폐가 망가지거나 피가 오염되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교육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부모들도 모르고 아이들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그런 생활을 운명으로 여기고 체념하며 삶에 순응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주들은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반항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으로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주들은 자신들이 부리고 있는 예속 노동자들은 자신들과 부모-자식 관계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그들은 부모 대부터 이어져 오는 양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그들을 보호하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그들의 주장에 많은 예속 노동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막막한 현실이다.

그들의 비참한 예속의 삶을 종식시키기 위해 인도 정부는 재활 프로그램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우선 빚을 진 예속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한 후 등록을 하는데 그 등록이 끝나면 그 빚은 무효가 되고 그 노동자들은 예속된 상태에서 풀려 자유롭게 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 공무원의 뿌리 깊은 부패는 지주들과 결탁해 그들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고, 따라서 그들로 하여금 더 이상의 독립과 재활을 포기하도록 만들어 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서는 그들에게 재활 지원금을 지원해주고, 기술 훈련, 교육, 공무원 취업 등을 통해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NGO 활동가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진다. 그들은 일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협조 하에 그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법적으로 지주들을 고소하거나 예속 노동자들을 변호하는 일을 맡기도 하고 재활 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단기적 처방보다는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애쓰고 있다. 한국의 많은 NGO들과 그 활동가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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