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인도의 불가촉천민 달릿의 인권

인도의 불가촉천민 달릿의 인권

이인경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 상담실장)

󰡒달릿󰡓은 󰡒짓밟힌󰡓,󰡒찢긴󰡓이라는 산스크릿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억압 받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용어는 인도의 불가촉성과 카스트에 기초한 차별에 대항한 다양한 달릿운동과 투쟁에서 나왔다.
약 2억 5천, 남한 인구의 몇 배인가? 나처럼 숫자에 약한 사람이 어림잡아 계산해도 남한 인구의 5배 이상 되는 사람들이 인도 땅에서 󰡒사회적 불구󰡓로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도인구가 약 10억이라고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전체 인구의 25%가 달릿(불가촉천민)으로 차별받고 있다.
간디는 󰡒이들󰡓을 신의 자식들(하리잔)이라고 불렀고, 스스로 󰡒이들󰡓에 속한 인도 헌법의 아버지 암베르카르는 이들을 󰡒짓밟힌 자(달릿)󰡓이라고 불렀다. 󰡐신의 자식󰡑이든 󰡐짓밟힌 자󰡑든 이들은 인도 땅에 살아가는 󰡐말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하리잔 혹은 달릿이라고 불리는 불가촉천민들은 인도의 카스트제도 밖에 사람들을 의미한다. 카스트제도는 전통적인 힌두 사회를 4개의 서열로 나눈다. 카스트제도를 인간의 육체에 비교한다면 머리에 해당되는 사제계급인 브라만, 몸통에 해당되는 통치계급인 크샤트리아, 허벅지에 해당하는 농민과 상인계급인 바이샤, 발에 해당하며 위의 세 계급에게 봉사하는 수드라로 나뉜다. 달릿은 위의 4성 계급에 들어가지 못하는 제5의 계급이다. 이들은 종교적으로 오염되고 카스트제도에 기초한 사회질서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간주된다. 이들은 󰡒카스트 외 사람들󰡓로 3000년 이상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고 사회적 약자로 멸시받아 왔다.
달릿은 종교적으로 오염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도인에게 중요한 종교행위인 사원 출입을 오늘날까지 금지당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 뿐 아니라 40% 인도인들은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이들 달릿이다. 이들에게 허용된 직업은 오염을 처리하는 일 즉 사원의 화장실 청소와 죽은 동물의 사체를 치우거나 가죽을 처리하는 일 등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전통적으로 오염된 직업이다. 소위 말하는 3D 업종에서 달릿은 종사하지만 인도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무시와 천대가 고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시와 천대는 가난과 함께 대물림된다.
󰡒만인은 평등하다󰡓고 인도의 헌법도 만민평등사상을 정의하지만 인도의 일상은 카스트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져 있고 그 틈 사이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달랏은 다른 카스트 그룹들과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신체적 접촉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카스트들이 이들 달릿들과 신체접촉이나 보는 것마저도 오염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도 일반 카스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
종교적 사회적 박탈은 달릿을 빈민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즉 달릿에 대한 경제적 박탈로 이어져 그들이 물 전기 땅 의료시설, 공중화장실, 혹은 더 나은 직업으로의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만약 달릿이 그러한 불가촉천민의 관습에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도전을 시도하면, 그들은 공공의 모욕, 재산몰수, 달릿여성에 대한 강간, 잔인행위와 살인 심지어 집단학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달릿은 인도 땅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많은 투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심지어 󰡐달릿에 대한 차별은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며 200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까지 참석하여 자신들의 문제가 인종차별문제로 상정될 것을 주장하였다. 물론 인도정부의 압력으로 이들의 주장이 결의안에 채택되지 못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인도 땅에서 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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