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필리핀 여성
세계 최고의 장수지역이자 1945년 이후 섬 대부분을 차지한 미군기지로 널리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들이 현지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반미 여론이 들끓자 미국과 일본 정부는 기지 일부를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5~7년 내에 이를 반환한다는 논의도 이뤄졌지만 현재로선 기지 반환은 요원하고 해상기지 같은 더 큰 규모의 시설만 속속 추가되고 있다. 최근 미군이 일본 오키나와현 부군에서 해상기지를 건설할 계획과 관련해 지난 해 9월26일 마키시 요시카주라는 시민 한 사람이 도널드 럼스펠트 미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까지 했다. 마키시씨는 일본법정이 아닌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이 문제는 일본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재판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미국방성에 따르면 현재 2002년 말 전체 13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오키나와엔 해병 1만7600명을 포함해 4만 7천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오키나와에는 농사를 지을 만한 평지가 거의 없는 데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카데나 공군 기지가 이곳에 있다. 따라서 미국이라는 존재가 오키나와인의 일상 속에 스며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오키나와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차지한 영역에 오키나와인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군 주둔은 무엇보다도 현지의 여성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R & R 이라고 불리는 휴식(Rest)과 오락(Recreation)의 시설이 항상 미군 기지에 필요하였고 그 가운데에 현지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키나와의 역사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두 전쟁을 치르면서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곧 현지 여성들의 매춘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미군들이 항상 매춘 여성과만 접촉하는 것은 아니다. 미군들은 기지가 있는 곳은 어디든 그곳이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여성들 모두가 그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해병 소령이 기지 노동자를 성폭행해 기소당한 외에 교통사고를 저지르고 뺑소니친 사건, 술에 취해 근무 중인 경찰을 폭행한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랐다. 대부분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점령상태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날이 어두워진 뒤 바깥을 돌아다니는 간 큰 오키나와 여성은 거의 없다. 오키나와 사람이면 누구나 가족 중에 미군들의 공격을 한번이라도 받아본 적이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재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의 미군들에게 몸을 파는 여성들은 모두 필리핀인들이다. 오키나와 여성들은 오키나와인들에게만 몸을 팔 수 있다. 두 지역은 그래서 철저히 격리되어 있다. 야쿠자가 거리를 순찰하며 강제로 이들을 분리시키고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연예기획사에 의존하여 있고 현지의 언어도 모르고 술집 바로 바깥의 지리조차도 모른다. 야간에는 문이 잠기는, 클럽 위층이나 뒤에 딸린 방에서 감금되다 시피 하여 살거나 주인이 운전하는 소형승합차에 실려 일터와 숙소를 오가면서 산다. 그들은 처음 계약과는 달리 옷을 다 벗고 춤을 추면서 미군들을 접대한다. 그리고 폭력과 강간에 항상 노출되어 있지만 매춘부들에게는 강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그릇된 통념 때문에 그로부터 보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돈 앞에 노예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대개 필리핀의 빈민가 출신이기 때문에 6개월의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이곳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여 재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키나와에서 처음 군인에게 몸을 바친 상대는 한국에서 납치되거나 끌려 온 여성들이었다. 그러다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그곳 현지 여성들이 미군에게 몸을 팔았다. 지금은 필리핀 여성들이 건너 와 몸을 팔고 잇다. 이 모든 아시아 세 나라의 여성들이 차례차례로 미군들에게 강간과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