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시아 평화 운동 연대를 향하여

새로운 아시아 평화 운동 연대를 향하여

이광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부산외국어대 교수)

아시아에서의 평화 운동은 정치적 차원에서의 반전 운동과 경제적 차원에서의 반세계화 운동을 건설적으로 결합하는 상시적인 하지만 느슨한 형태의 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시아의 평화 운동은 9/11 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막기 위해서 즉,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혹은 북한을 포함한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미국의 전쟁 도발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력 탄압을 반대하기 위해 이루어진 다소 임시적인 대응이었다. 반면 그 평화 운동에 대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그 강도와 대상과 전술에 있어 가변적이긴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구호·개발 운동 연대 또한 반전 운동과 마찬가지로 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구호·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는 큰 규모의 UN 국제기구와 작은 규모의 NGO의 보다 밀접한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의 NGO들이 연대를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그 지향하는 바가 같은 NGO들끼리 우선, 작지만 실천 가능한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히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옳다. 특히 구호·개발을 위한 평화 운동의 연대는 포럼이나 워크숍에서의 결의안 채택보다는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사업을 같이 도모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반전평화운동은 거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문제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를 일본의 아태자원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들은 현재 20년 가까이 동티모르의 화학 비료, 태국의 맹그로브 숲과 새우 양식지 파괴 등 매우 작고 실천적인 사업을 20년 가까이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NGO들이 일본의 여러 NGO들과 연대를 이루어 그들의 경험과 정보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반면 현재 지구 사회에서는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가 미국의 군사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평화 운동은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서의 반전-반세계화의 통합 기치 아래 양 분야의 운동 단체들이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여 다자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차원과 구체적 방안에 대한 모색 특히 보다 급진적이고 보다 공화적인 시민 사회 주도의 다자주의 또는 글로벌 사회민주주의로서의 다자주의에 대한 고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적절한 방향 제시로 보아진다.
이러한 점에서 아시아에서의 평화 운동이 ‘아시아’의 정체성을 과도하게 주창함으로써 연대 범위를 아시아 내로 국한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또 하나의 국수주의적인 현상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 평화 운동의 시작이나 현재의 위치를 고려해 볼 때 그 중심 세력이 미국과 유럽 각국의 NGO임을 고려해 볼 때 그들과의 연대를 제외하고 아시아의 연대를 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 운동은 시민과 활동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각국의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가능한 한) 정부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대학의 연구소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각 단체는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부터 탈피하여 독립 재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히 작은 규모의 NGO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명망가나 이론가 중심의 활동 특히 국제회의나 심포지움과 같은 선언적 활동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작은 NGO야 말로 현지 활동 중 주민과의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적고, 정부의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구체적인 실천 중심의 사업을 하며, 특유의 갈등 조정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 위험 대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주로 단일 현안에 집중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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