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에 대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한 가족이 있습니다. 박숙경님과 그 가족은 베트남전에서 아버지이자 남편인 고 박순유님을 잃었습니다. 2007년 그 가족은 개인적인 아픔을 치유하고, 두 나라의 역사적 화해를 시도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중부 지역의 한 마을을 한 마을을 찾아 장학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박숙경님과 전사지로 추정되는 중부 베트남의 퀴년을 방문하였고, 그 지역에서 가장 살기가 열악한 두 곳을 골라 그 중 한 곳에는 도서관을 짓고, 두 지역에서 살기가 열악한 가정을 골라 중고등학생 45명에 대한 장학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동안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단순한 장학금 지원 차원을 넘어 장학생 각각의 가정을 방문해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들을 듣고 왔습니다. 올 봄 방문 때 한국 국가유공자의 자녀 박숙경님은 베트남 국가유공자의 손녀 상(Sang)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우리'가 저지른 죄를 사과하고 '그들'이 저지른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믿습니다.
장학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만 3년. 올 가을부터는 박숙경님 가족 사업은 기존의 중학생 대상 장학 가족 사업대로 하고,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후원자를 모아 고등학생 지원 장학 사업을 새로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중학생 지원 사업이 기초 교육의 의미라면 고등학생 지원 사업은 인재 양성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기초 교육은 가족 기금으로, 인재 교육은 시민 기금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뜻입니다.
고등학생 등록금은 한 학기에 100만 동 (한화 약 5만원) 정도입니다. 우리에겐 그리 크지 않은 비용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에겐 그 돈마저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인당 한 달에 1만원씩을 지원하는 후원자를 모읍니다. 전체 50명 정도의 장학생을 지원하고자 하니 50 명가량의 후원자를 모으고자 하는 겁니다.
올해부터 박숙경님 가족 사업은 가족 사업대로 하고, 일반 후원자들을 모아 사업을 더 확장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사학자로서, 반전평화운동가로서 저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파병 전사자 가족이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나아가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역사 화해이자 평화 운동의 방식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런 당사자 가족과 시민 참여 방식의 역사 화해가 진정한 의미의 역사 화해일 것으로 믿습니다.
역사란 담론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각각의 삶의 파편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역사-반전-평화의 땅 베트남 지원 사업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후원 방식:
CMS 방식으로 후원을 하고자 하시는 분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051-818-4749 (정정수 사무국장)로 전화주시면 되겠습니다. 계좌 이체를 원하시는 분은 국민은행 957501-01-305948 정귀순(베트남)으로 이체해주시고 사무실로 전화 한 통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부산외국어대 교수 이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