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워싱턴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아시아와 중남미” [촘스키-프레시안]

“마침내 워싱턴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아시아와 중남미”
〈해외 시각〉 촘스키가 본 오늘의 세계

2006-03-17 오후 12:15:22

다음은 미국의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 교수(MIT)가 영국 일간지 〈가디안〉 15일자에 기고한 “마침내 워싱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Latin America and Asia Are at Last Breaking Free of Washington's Grip)”의 전문이다.

촘스키 교수는 이 글에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 등을 중심으로 지역통합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자본가들이 아닌 스스로의 자율적 삶을 위한 노력들이 점차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중들의 자발적 연대를 통해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6/0315-24.htm에서 볼 수 있다. 〈역자〉

“마침내 워싱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

유럽과 아시아가 점차 독립적 움직임을 보일지 모른다는 것, 이는 2차대전 이후 언제나 미국의 전략가들을 괴롭혀 온 우려사항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유럽과 북미, 그리고 아시아의 “3극체제”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남미마저 나날이 독립적이 돼가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 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미국은 중동에서의 잘못된 군사모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지역적 통합은,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이미 반항적인 세계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이고도 중대한 이슈다. 물론 에너지 문제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요즘 에너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분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럽과 달리 미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 때문에 미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중국과 대결하자니 최대의 수출전진기지 겸 수출시장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반발, 일본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중국을 방문해 “석유, 가스, 투자 부문 등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투자”를 다짐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미 상당량의 이란 석유가 중국에 공급되고 있고, 중국은 두 나라 모두가 미국의 의도에 대한 억지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무기들을 이란에 공급하고 있다. 물론 인도도 나름대로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 인도는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는 계속 강화해 나가면서 미국의 우방국(U.S. client)이 될 수도 있고,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독립적인 아시아블록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의 영향력 있는 일간지 〈힌두〉의 부편집장 시다르스 바라다르얀은 “만일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되려면 에너지 부문에서의 아시아의 수동성은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쇠는 인도와 중국 간의 협력에 달려 있다. 바라다르얀은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체결된 (두 나라의 에너지 관련) 협정이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에너지 탐사 및 생산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으며, 이에 따라 세계 석유 및 가스 부문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유로화로 결제되는 아시아 석유시장의 창설도 고려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국제금융시스템 및 세계적 힘의 균형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첨단 핵기술 협력 등의 미끼를 제공하면서 인도를 미국 품 안에 안으려고 노력한 것도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한편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중도좌파 정부들이 풍미하고 있다. 토착 원주민들은 과거보다 훨씬 능동적이며 영향력을 갖게 됐다. 특히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한데 이들은 자국내 석유와 가스자원을 스스로 통제하길 원하고 있다.

많은 원주민들은, 뉴욕사람들이 교통체증 속에 스포츠레저용 차량(SUV)에 앉아 아까운 기름을 태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자신들의 삶과 사회, 문화가 방해받고 파괴되는 것을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이 지역의 최대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아마도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노골적으로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또한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관세동맹인 메르코수르에도 가입했다. 이에 대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미지역 무역블록 발전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고,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통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환영했다.

베네수엘라는 아르헨티나에 난방용 석유를 공급하는 외에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발행한 국채의 거의 3분의 1을 사들였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남미 전역의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이 지배하는 IMF의 구조조정정책에 순응함으로써 파멸적 결과를 맞았던 지난 20년을 청산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에보 모랄레스가 원주민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남미 통합의 발걸음은 한층 빨라졌다. 모랄레스는 신속하게 베네수엘라와 일련의 에너지관련 협정을 맺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에서 2번째로 많은 가스 자원을 갖고 있는 볼리비아가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음으로써 “볼리비아 경제와 에너지부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간의 관계는 양국이 상대국의 비교우위에 상호의존하면서 더욱더 긴밀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값싼 석유를 공급하는 데 대해, 쿠바는 문맹퇴치와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기획해 수 천 명의 노련한 의사와 교사들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했다. 이들은 다른 제3세계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쿠바의 의료지원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파키스탄이 겪은 지진은 최근 수년간 지구촌을 강타한 가장 참혹한 자연재해 중의 하나였다.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 외에도 엄청난 숫자의 생존자들이 쉴 곳이나 음식, 의약품조차 없이 가혹한 겨울을 견뎌내야 했다.

인도 잡지 〈프론트라인(Frontline)〉의 존 체리안은 파키스탄의 주요 일간지 〈여명(Dawn)〉을 인용해 “쿠바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의사와 의료요원을, 그것도 자국의 비용 부담으로 (아마도 베네수엘라의 자금지원이 있었을 것이다) 파키스탄에 파견했다”고 썼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쿠바 의료팀이 보여준 “헌신과 봉사”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했다. 1000명 이상의 쿠바 의료팀-이들 중 44%는 여성이었다-은 서방의 의료 구호팀이 모두 철수한 뒤에도 산간벽지의 가난한 마을에 남아 “영하의 추위에도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낯선 문화 속에” 봉사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성장하는 대중운동, 기본적으로는 남측 주민들에 의해 성장하고 있지만 부자나라의 시민들도 점차 참여하고 있는 대중운동은 이처럼 보다 독립적이며 인구 대다수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새로운 발전의 기지로 작동하고 있다.

〈번역: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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