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열면서

쫌립쑤어!

2021년 6월 12일, 많은 분들의 기대와 관심을 속에서 드디어 뽀이뻿에 ‘번날라이 써바이’, 신나는 도서관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캄보디아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 끝에 도서관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 왔던 일들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지금에서야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현지 스태프인 스라이또잊, 늠누언과 함께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함께 독서지도를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많이 읽고, 음악, 미술, 영어 등 독서 지도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공부도 하면서, 10월, 11월, 12월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안양숙꿈나무장학기금의 고등학생 장학생이던 낌 히억이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파트 타임 스태프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2월, 옛 뽀이뻿 성당 건물을 임대 계약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만 공사는 생각보다 예산도,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우기에 늘 발생하는 홍수에 대비해 바닥도 높여야 했고, 비가 새서 엉망인 지붕도 고치고, 천정도 바꾸고, 화장실도, 방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3월 중순부터 캄보디아 전역, 특히 뽀이뻿에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한동안 작업을 중지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고, 안 그래도 좋은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곳인데 코로나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격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3개월간의 공사도 무사히 잘 마무리 할 수 있었고, 도서관 공간을 제대로 단장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 강의를 할 수 교육관, 어린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 독서 공간, 스태프들이 일하는 사무실 공간, 불편하지 않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한 여학생들 방, 그리고 스태프들과 여학생들이 먹고 사는 데 제일 중요한 공간인 부엌, 한국에서 방문할 손님이 머물 수 있는 손님방까지, 천천히 하나씩 준비하였습니다. 도서관이 완성되면 함께 지낼 여학생들도 미리 선정하였지만, 아쉽게도 아직 함께 지내지는 못하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아이들과도 함께 지내려고 합니다.

아직 코로나 때문에 공식적으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고, 이웃들을 초대해 도서관 개관행사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내실 있게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라 생각하고 스태프들과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함께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모임이 자유로워지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가족 공동체도 잘 만들고 싶습니다. 공립 초등학교 도서관도 꾸며주고,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잘 진행해서 교사들과 함께 독서교육에 대해 더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교양강좌도 진행하고, 가끔은 캄보디아어로 제대로 번역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캄보디아 뽀이뻿, 어쩌면 참 멀고도 낯선 곳이었겠지만, 도서관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조금 더 가깝고 친근한 곳으로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캄보디아에서 함께 만나 즐겁게 보듬어 안고 이야기 나눌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번날라이 써바이’, 신나는 도서관을 만들 수 있도록 마음 써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꾼 쯔란!

 

2021년 6월
뽀이뻿에서 이미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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