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성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운영위원, 부산교육대학 교수)
「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 소식지 『함께가는 세상』이 이제 두 번째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창간호가 나온 이후 우리 모임은 계획하였던 여러 가지 일들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습니다. ‘한국원폭2세환우회’의 김형률님을 지원하는 일들, ‘이라크 파병반대 부산시민평화행동’에 가입하고 파병반대를 위해 서명하는 일, 인권문제에 대한 학습을 위한 월례워크숍, 아프간난민캠프 내 어린이학교 지원을 위한 모금활동, 국내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사업, 그 외 갖가지 일들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회원님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 여러 일들은 이름 그대로 “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이라는 굵은 나무줄기에 매달려 있는 가지들입니다. 어떤 가지는 크기도 혹 작기도 하며 힘없이 늘어져 있기도 또는 새싹을 돋우기도 합니다. 많은 일들은 어느 정도 우선 순위를 정하여 단계적으로 행하여야 할 경우도, 때로는 중첩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되어서는 안될 소중한 일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임은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지원하는 일을 첫 사업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당사자인 김형률님의 건강상황과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이 일이 우리가 시급히 나서야 할 일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김형률님은 한 사람의 선한 시민이고 선천적인 병을 앓고 있는 장애자이며 아물지 않은 아픈 역사의 희생자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신을 던져 싸우고 있는 시민운동가입니다. 우리 모임이 그의 삶과 투쟁에 주목하고 동참하려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 모임이 지향하고 있는 바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보다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민모임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임이 추구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인 굴레를 넘어서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교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잘못된 세상을 문제삼으려 합니다. 사람 사이에 ‘우리’와 ‘그들’이라는 높은 담장을 쌓은 채 서로 싸우고 억압하는 현실세태. 이런 점에서 보면 원폭2세의 일이나 이주노동자의 일 또는 아프간 난민학교의 일은 서로 분리된 일들이 아닙니다. 그것은 협소한 ‘우리’를 더욱 넓은 ‘우리’로 만들어가는,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서로가 함께 가는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