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동화 '까이비간' 출간
피부색 다른 그들도 이웃이자 주인공!
이주 노동자들의 애환과 다문화 가정 모습 통해 차별없는 한국사회 호소
부산에 와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한국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까이비간'(강무지 지음·박영선 그림)은 부산의 동화작가 강무지 씨가 글을 쓰고 부산의 화가 박영선 씨가 그림을 그린 동화책이다. 언뜻,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동화책들 중 하나로 여기고 넘겨 버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들춰보면 이 책을 '특별한 동화책'이라 할 수 있는 이유가 여럿 있다.
'까이비간'은 부산의 비영리민간단체(NGO)인 아시아평화인권연대(공동대표 이광수 정귀순)가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와 친구하기' 프로그램에 힘입어 탄생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는 5·18기념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 책을 기획했다. 동화작가 강무지 씨와 화가 박영선 씨는 지난 1년 동안 부산의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정의 어린이들을 인터뷰하고 함께 생활했다. 화가 박 씨는 인도 중국 스페인 등지에서 살았고 인도사람과 결혼해 자녀를 낳은 다문화가정의 일원이다.
작가 강 씨와 화가 박 씨의 풍부한 감성과 넉넉한 시선 속에 부산의 이주노동자 가족과 다문화 가정이 사는 모습, 이들을 아프게 하는 것, 이들의 꿈이 잡혔다. 그렇게 해서 책 속에 실린 '도망자' '바쁘다, 바빠 테스씨!' '돈 만 원' '평화를 지킨 공룡 뼈 이야기' 등 탄탄한 구성의 동화 4편이 탄생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이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이 단순히 '이웃'이 아니라 '우리 중의 일부', 그러니까 '그들도 우리'라는 인식으로 가야함을 조용히 들려준다. 지역의 사회단체와 문화인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문학적 성과라는 점, 한국 문학에서 주변인으로만 존재하던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전면에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성과다.
수십 년 전 돈 벌러 외국으로 떠나 살아야 했던 한국인 재외동포들도 그 나라 문화인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따뜻한 동화를 쓰고 자신들을 '우리'로 받아들이려 했다면 기뻤을 것이다. 까이비간은 필리핀의 타갈로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