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

임윤희 기자
2005-08-23 01:49:11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온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다. 그것은 고국과의 이별, 부모와의 이별이기도 하지만, 결혼을 한 부모라면 자식과의 이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인력정책은 ‘단기 로테이션’, 즉 학생 신분으로 단기간 노동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가족과의 생이별은 당연시된다.

국제노동기구협약에는 이주노동자도 자신이 일하는 나라로 자기 가족을 데려올 수 있고 그들의 아이들 역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 협약의 서명을 미루고 있다. 결국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가족과의 이별을 한국에 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겪고 있다.

이주노동자 자녀 정규교육 받기 어려워

그러나 장기간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아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게 찍힌 ‘불법’ 낙인 아래서 자라고 있다.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이주여성들에게 합법적으로 임신할 자유가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에선 연수생 신분을 박탈한 채 본국으로 송환시킬 것이므로, 어렵게 뭉칫돈을 내고 한국에 들어온 이들로서는 낙태를 하거나 합법 신분을 벗어나 공장을 탈출하는 것 외엔 선택의 길이 없다.

또 본국에서 커가는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온 경우라 하더라도, 산업연수생은 가족을 한국에 초청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불법’ 경로를 통해 데려올 수밖에 없다. 즉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법의 굴레를 쓰고 지내야 한다.

현재 이렇게 자라나서 취학할 나이가 된 ‘불법’ 아이들은 현재 약 2천5백~3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 150여 명만이 학교교육을 받고 있다. 2001년 3월부터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법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도 일반 한국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지만, 현행 제도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간신히 졸업해도 받는 것은 ‘청강증’

이들의 입학은 ‘학교장 재량’ 하에서만 가능하다.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학교에 다닐 수 없는데 여전히 많은 학교들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하고 있다. ‘학교장 재량’의 횡포는 장애인 교육권의 문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학교들. 이들은 학교를 고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 있는 외국인상담소에서는 입학 시즌마다 아이들을 받아주는 학교를 찾아 헤매지만 재량 많은 학교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더라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정식 졸업장이 아니라 ‘청강증’이다. 이 아이들은 37명 정원 학급에서 항상 정원 외의 38번이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학교를 다녀도 졸업장을 받지 못하며 검정고시를 치러야만 상급학교 입학이 가능하다. 그나마 고등학교 과정은 유학비자가 있어야만 입학이 가능하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들에게 고등교육은 홈 스쿨링을 통해서나 가능하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소통의 힘겨움, 정부의 단속 등으로 인해 자녀의 교육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항변할 통로를 찾기 어렵다. 불법이건 합법이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존중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라 할지라도 찾아 다니며 교육을 권고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학교를 찾아 다 통사정을 해야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아이들은 부모가 일하는 공장에 갇혀 있거나, 부모가 일하고 떠난 빈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뿌리깊은 ‘순종주의’에 우는 코시안들

‘코시안’이란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어난 2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경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보다는 사정이 낫다. 혼인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고 아이가 호적에 올라 있는 한, 취학 연령이 되면 집으로 취학통지서가 날아들고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학교에 간다. 그러나 학교는 역시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으므로 아이들이 겉도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공공연하게 멸시해온 한국 사회 풍토가 고스란히 이 아이들에게 화살로 날아든다. 현재 코시안들의 교육 문제가 가장 집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농촌이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이주여성과 한국남성 사이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농촌 지역의 학교에서는 많은 경우 한 학급 중 1/3~1/4 정도 아이들이 코시안이다.

이 아이들은 한국어에 서툰 이주여성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다. 또 외모의 차이 때문에 놀림 혹은 연민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공교육 시스템에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교사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어머니와도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L씨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후 교육 문제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아이 숙제를 봐줄 수가 없어요. 내가 한국말 공부하려고 한국말 학교(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 도서관에서 열리는 한글 교육 프로그램)도 열심히 가는데, 남편이랑도 잘 지내는데, 엄마(시어머니)한테도 잘하는데, 아이가 뭘 물어보면 난 몰라요. 나 필리핀에서 공부 잘했는데요. 아직은 괜찮지만 나중에 애가 나를 무시할까봐 무서워요. 그리고 애가 놀림 당하면 나 때문인 거 같아서 무섭고요. 마음 아파요.”

아이의 문제는 가정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코시안을 둔 가정과 이주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아이들과 동등한 권리 누려야

공교육은 이주노동자들의 자녀를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선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

학습을 주도하는 교사 역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교사가 이주노동자 자녀를 학생으로 맞은 후 사후약방문처럼 대처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어떤 교사든 당연히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교사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단지 협의의 교육 주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를 비롯한 교육 주체들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폭넓게 보면 사회의 편견을 뿌리 뽑아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상처 받은 이주노동자 자녀들에게 상처 받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충고할 게 아니라, 그 아이의 같은 반 친구에게, 그 아이의 부모들에게, 그 아이의 이웃들에게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부모, 남들과 다른 외모로 인해 ‘정상에서 벗어난’ 아이로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교정하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그늘이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자료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