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1년을 돌아보며
김석준(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부산대 교수)
인권 유린, 빈번한 노동 착취, 사업장 이탈과 엄청난 송출 비리 등으로 ‘현대판 노예제’로 불려온 외국인 산업연구생 제도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제도 시행의 주체인 노동부에서는 입국 인원의 증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향상 및 사업장 무단이탈 감소 등을 들어 고용허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인권연대에서는 고용허가제의 시행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송출비리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지불, 폭행 등의 인권 침해 사례가 빈발하여 이주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주노동자인권연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134명을 조사한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이주노동자의 16.2%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응답자의 49.6%는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회사에 불법으로 압류당해 이동권을 침해당하고 있으며, 전체의 63.3%가 과중한 업무와 저임금, 고용주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사업장을 이동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05년 6월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35만명 중에서 20만명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1년간 고용허가제가 반쪽짜리 제도로 운영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고용허가제 이후 강화된 강제·단속 추방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이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주 사이에 형성된 노동시장을 더욱 음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와 노동조건 하락과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칼럼
이미 우리나라 노동력의 중요한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이런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기본적 인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