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인 이크발씨 생사기로에서 '새삶' 고국명절 맞춰 귀국길
7일 오후 4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인제대 부산백병원 11층 입원실.
지난해 12월 7일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이 병원에 입원,사경을 헤매다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파키스탄 노동자 모하마드 이크발(39·본보 2001년 12월 19일자 31면 보도)씨가 이날 귀국하기 위해 김해공항으로 떠나기 앞서 2개월 동안 자신의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에서 살다시피한 조카 라우프(25)씨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한국의 설에 해당하는 이슬람 명절인 '이둘 아자하'입니다. 이번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아저씨가 너무 기뻐하고 있어요.'
수차례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기도 했던 이크발씨는 입원 중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혈관에 이상이 생겨 장기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파키스탄에는 부인(32)과 11,6살배기 두 딸이 지난 96년 이후 생사조차 모르고 있던 이크발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이크발씨의 마음은 벌써 먼 고향 하늘로 내닫고 있었다.
이크발씨와 라우프씨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자 잔인한 땅,그러면서도 새로운 삶을 준 희망의 땅이었다.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했다가 돈을 벌기 위해 이탈한 이크발씨와 라우프씨는 현행 국내법에 따르면 엄연한 불법체류자. 이크발씨는 불법체류 기간 건강을 잃고 생사의 기로에 섰고 라우프씨도 2년 전 오른쪽 손가락 두개를 산업재해로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크발씨의 소식을 들은 한 회사의 병원비 쾌척(본보 2001년 12월 29일자 22면 보도)과 이름모를 독지가들의 성금,병원측의 치료비 경감 등 기적같은 일이 이어지면서 이들은 용기를 되찾았다.
'수많은 일을 겪고 이제 한국을 떠나지만 가족들과 내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보여준 은혜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2002.2.8 부산일보